싱그러운 5월이 돌아오면 언제나 나에게는 생각나는 회상 한토막이 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근 20년전 일이다. 어떤 외국인 신부 한 분이 나에게 들려준 경험담은 퍽이나 재미있는 것이었다. 그분도 그때의 관례에 따라 몇 달간의 한국말 습득을 마치고 부족하나마 어떤 본당에 보좌신부로 부임하셨다는것 이다. 부임한지 얼마 안되어 본당 신부님이 휴가를 가셨기 때문에 어떤 주일날 그 보좌신부님이 강론을 하셔야 했단다. 그때가 바로 5월 성모성월이었기에 성모님께 대한 강론, 그것도 성모님께 신심을 드리는 묵주의 기도에 대한 강론을 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인지 불행인지 그분은 미국인 신부님이었기에「묵」의 발음보다는「맥」의 발음이 더 입에 익으셔서 시종일관 묵주를 맥주로 발음하셨다는 것이다.『모든 신자들은 5월 한 달 동안 특별히 맥주를 잘해야 합니다. 어른도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빠짐없이 다 매일 맥주를 해야 합니다. 맥주를 많이하면 할수록 성모님께서 더 좋아하십니다』이런식의 강론이 계속되는 동안 드디어 신자들의 폭소가 쏟아졌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강론은 누구에게나 금시초문이었을거고 이런 초현대식 강론은 듣는 모든 신자들을 즐겁게 하여 주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신이 나신 신부님은 더욱 더 맥주를 강조하셨으며 끝내는 당신의 한국말 첫 강론이 이렇게도 훌륭한 효과를 낼 줄을 몰랐기에 스스로 흐뭇해하셨으며 매우 만족하셨다는 이야기였다.
백화 만발하여 사람의 신방을 훈훈케 해주는 좋은 계절 5월. 성모님께 봉헌된 좋은계절 5월이 돌아오면 나는 언제나 이 묵주와 맥주의 일이 생각나 혼자 웃으며 묵주알을 넘겨간다. 이 책 저 책에로 전전하며 산란해진 머리와 이 일 저 일로 고달파진 마음에 쉼과 안온과 감미로움을 주는 묵주의 기도는 언제나 나에게 고맙고 은혜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