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때의 일이었다. 이미 작고하신 한공렬 대주교님께서 학생인 우리에게 하신 마치 유언처럼 되고 말았는 두 토막의 말씀이 못내 잊혀지지 않는 지금의 내 생활이다. 이 말은 곧 그 사실이 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보충받지 못한채 세월만 가고있다는 말도 되겠다.
즉 그 한 말씀은 라띤어로 하셨는데「NullaSies Sine linea」감히 의역을 한다면『단 한 줄의 독서라 할지라도 독서가 없는 하루는 결코 없어야 한다』는 교훈이시었다. 또 다른 한 말씀은 미래의 사제들에게 간곡한 부탁이라는 전제로 하신 말씀이신데『사제가 아무리 외톨이의 삶이라 할지라도 고아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이 때의 고아란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이기주의를 일컫는 말씀이었다. 이유인즉 고아란 아무도 돌보는 이 없고 또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 이외에는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는 자유의 여백이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입장은 남을 위하겠다는 용단을 내리고 홀로 그리고 자헌의 사제생활에는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입장이라 하겠다. 이 모두는 영성생활의 강화를 위한 시간에 들려주신 말씀이었다.
이러한 훈화들이 뇌리에서 살아 움직이는 그만큼이나 생기있게 내 일상생활에도 반영이 되어야 할 지금의 입장이지만 생각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굳어만가는 자화상앞에 한숨의 입김이 서린다.
아직 학생이라해도 좋을만치 짧은 연륜의 사제생활을 돌이켜 볼진데 한 자의 글귀도 읽지못하고(안하고?) 지낸 날이 더 많고 남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인기가 도사리고 앉았는 이를테면 빛좋은 개살구같은 삶이 아니었는지 하는 갈등을 헤어나지 못하는 실정이고 보면 몹쓸 병이 들어가는 삶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갈등으로 쑥밭이 되어있는 이때에도 나날이 계속되고있는 기적(나에게 또하나의 24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앞에 자신을 위탁하면서『아무려면 어떤가 모든것이 은총인걸!』(베르나노스 시골 신부의 일기, 끝말씀)이라는 말씀을 내가 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다행한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