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바쁜 세상인가보다. 모두가 바쁘다. 어린애들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자기가 해야할 일이 그렇게도 많은 모양이다. 노인들과 나혼자만이 한가한 사람인것 같다.
도시 변두리에 있는 어느 공소에 판공성사를 주러갔을 때의 일이다. 교우가정이 20여 세대가 넘는 공소인데도 모인 교우수는 20명도 채 안되는 것같았다. 그나마도 여자들뿐이고 남자교우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갓난 어린이에게 보례를 주어야할텐데 대부로 세울 남자가 하나도 없었다. 한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교우는 모두 어디갔을가? 서울로 갔거나 직장에 나갔단다. 남자들은 모두가 이렇게 바쁘단다.
사실 이런 현상은 여기뿐이 아니라 우리 본당의 전체 교우를 놓고 남녀로 구분해 볼 때 여자 10에 남자 8의 비율이다. 그런데도 정작 주일날 미사에 나오는 숫자를 보면 여자 3에 남자 1 비율밖에 안된다. 남자 교우들은 모두 정말 이렇게 바쁜 것일가? 바뻐서 성당에 못 나온다는 말은 자기가 해야 될 일들 중에서 주일미사 참여하는 일은 우선순위가 아주 낮은일이라는 뜻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신자로서 신앙생활의 중심을 이루는 주일미사 참예와 판공성사보다도 더 중요한 일들이 그렇게도 많은 수가 있느냐는 말이다. 직장에 나가는 신자들의 신앙심이 문제이다. 신앙인의 사회현실 참여를 부르짖고 있는 이 마당에 그런 신앙심을 가지고 무엇을 할수있단 말인가! 남자 교우들이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직장생활을 하는데어떻게 우리사회의 부정부패와 부조리를 뜯어 고칠수가 있단 말인가! 세상 조류에 질질 끌려가지 말고 굳굳한 자세로 소신껏 살아가는 교우가 아쉽다. 물질적으로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관철시키겠다는 굳은 각오가 없으면 최소한의 신앙생활 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온것이다.
밀려드는 많은 일들의 일부분을 제쳐 놓을 만한 용기를 갖지 않고서는 주일미사 참예도 할 수 없고 판공성사도 볼 수 없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