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신, 아버지 부」신부는 바로 귀신의 아버지이기에 귀신들의 짖궂은 장난을 금지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생각을 더러 하는 모양이다. 내가 이곳에 부임한 지 몇 달 지난 후 어느 날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신문을 보고 있노라니 사무실 문을 노크한다. 며칠간 찾아온 사람이 없었는 터라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재빠르게 일어나 문을 연다. 칠순 가까운 노파가 40~0대 부인과 함께 사무실 문을 연달아 노크하고 있었다.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분들이다.『할머니 어디서 오셨습니까?』하고 친절한 음성으로 말을 건네면서 할머니 곁에 서 있는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이상한 말과 몸짓을 하면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서 있었다.
틀림없이 정신질환에 고생하는 환자임이 분명했다. 순간적으로 머리에 번득이는 생각은 귀신의 아버지인 줄 알고 귀신을 야단쳐 달라고 온 것이 틀림없구나 하는 추측을 가지게 했다. 며칠 전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경험해 본 일이 있기 때문에… 할머니는 투박한 음성으로『당신이 귀신의 아버지 신부님입니까?』곁에 선 아주머니를 가르키며『야가 내 딸년인데 귀신이 우리 딸년을 못 살게 합니다. 내 딸을 좀 살려주십시요』하면서 약 1백50도 각으로 허리를 굽혀 절을 한다.
『할머니 나는 귀신의 아비가 아닙니다. 귀신을 쫓고 청하는 재주는 전연 없고 귀신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입니다.
성당은 귀신 들었다는 사람을 치유시키는 병원이 아닙니다. 할머니! 딸을 데리고 정신병원을 찾아 전문의사와 의논하는 것이 병을 고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할머니가 할 수만 있다면 하느님을 깊이 신뢰하면서 신앙생활을 하십시다. 간혹 하느님의 특별한 능력으로 불치의 병도 완쾌되는 수가 있지요. 이와 같은 사례가 더러 있다 해서 성당을 병 고치는 장소로 소개하지 않습니다. 병을 낫겠다는 이유만 가지고 성당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을 절대로 환영하지 않습니다』잠시 후 하는 말씀인즉『귀신 아비 치고는 너무 젊은 아비기 때문에 재주가 부족한가 보다』하면서 두 모녀가 떠났다. 주님의 특은으로 구마가 되는 경우가 있겠지만 대개가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귀신 들린 사람으로 오판해서 구마경을 남용한다면 교회 본래의 이미지는 완전히 사장되고 말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