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무척 장난꾸러기였다. 어느 부활판공 때에 당한 일이다. 심한 장난 때문에 공소에 오신 신부님으로부터 한 친구와 함께 볼기를 호되게 두들겨 맞았다. 뿐만 아니라 동생의 고자질로 부모님으로부터도 꾸중을 들었다. 그 후 일 년에 두 번씩 오시는 신부님을 뷥기가 부끄러웠고 싫었다. 그러다가 새로 부임한 신부님이 공소에 오셨을 때 마음으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신학교에 다닐 때에도 가끔 그때에 당한 일을 생각하고 혼자 멋쩍게 웃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신부가 되어 첫 본당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릴 때 내가 당한 꼭 같은 이유로 고등학생들을 때렸다. 마음 속으로는 처음부터 무섭게 해야 한다는 서투른 내 나름대로의 사목 방침으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차례대로 군대식 빳다를 쳤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학생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어색하였고 나도 또한 자연스럽게 그들을 대하지 못했다. 나의 잘못을 깨닫고 그들과 어떻게 하면 화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수녀님을 통하여 다가오는 공휴일에 등산을 가자고 선동했다. 고맙게도 많은 학생들이 응해 주었다. 등산 중에 그들과 많은 이야기도 하고 함께 어울려 놀았다. 기회가 있으면 때린 학생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호의를 베풀어 주었다.
결국 학생들을 때린 일로 교통비 간식비 등 경제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으로 손해를 본 것은 틀림없다. 지금도 그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하며 젊은이들의 입장을 이해할려고 노력한다. 꼭 같은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과거에 내가 당했던 일이 머리에 자주 떠오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