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은 나의 신부 초년병 시절의 부끄러운 과오의 한 토막 사건이었지만 그 뒷맛이 거듭거듭 새로워 나의 사제생활의 한 경종이 되곤 하였다. 어느 도시의 본당 보좌로 부임되어 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던 때였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긴 치맛자락(?)을 펄렁이며 어느 교우 집안을 방문하여 안방에 인도되었다. 때마침 그 자리에는 본당의 사목위원 한분과 그 집 주인이 주안상을 마련해 놓고 소담하고 계시는 자리에 어울려 본래의 방문 취지도 잊은 채 권커니 받거니 하는 동안 독주가 과한 모양이었다.
부득이 그 집 자제가 부축하여 성당으로 인도하게 되었는데 뒤따라오던 그 사목위원께서도 기분 좋게 한 잔 되신 모양으로 나의 어깨를 계속 두드리면서 <목자야! 정신 차리라!>하다가 <목자야! 힘을 내라> 하면서 성당까지 인도되었다. 이튿날 만나는 사람들마다 화제꺼리가 되어 본당신부님도 교우들도 나를 보기만 하면 <목자야 정신 차리라>하면서 책망인 듯 농담인 듯하여 나를 무색케 하였다.
그 후에도 얼마나 많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건이 있었던가? 병일런지 어렵고 딱한 처지라면서도 도와주고 보면 사기에 속고 어리석은 자가 되어 남의 조롱꺼리가 되기도 했고 매사의 뒷맛이 개운치 못한 적이 한두 번이던가? 언제나 정신차린 사제가 될런지?
특히 오늘의 이 세대야말로 더욱 더 힘겨운 일이다. 장사치나 사기꾼은 그런 대로 애교 있지만 정치인들마저 신부를 악이용하고 악선전하는 판국이 되어 불쌍하고 억울한 이를 위해 기도할려면 국민을 선동하는 악질 무리가 되고 신부 몇몇만 모이면 <정치한다>하니 아예 신부 본래의 정신을 차리지 말고 남이야 억울하든 불쌍하든 죽어가든 내 개인만 누구와 같이 천당행 표나 팔아 치부하며 첫 머리의 과실로나 풍진 세상을 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