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결 청빈 순명을 서약, 그리스도께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수도자의 길을 세 명의 자매가 함께 가는 가정이 있다. 인간적인 모든 희생 고통이 뒤따르는 길이지만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길이기에 기쁨이 충만된「사랑의 길」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샬트르 성바오로회의 연제순(延濟順ㆍ아녜스) 제영(濟英ㆍ제네뷔브) 제연(濟蓮ㆍ데레사) 세 자매 수녀.
충북 청주시 서운동본당 전교회장인 아버지 연기남씨(바오로)와 이순례(에밀리아) 여사의 여섯 딸 중 첫째 넷째 다섯째인 이들과 지난 3일 청주 주교좌 대성당에서 서품식을 가진 둘째 아들 제식(濟植ㆍ레오) 신부를 합하며 9남매 중 모두 4명의 성직 수도자를 배출한 성소 가정이 탄생한 셈이다.
이 성소 가정의 주역은 어머니 이순례 여사. 독실한 신자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무남독녀인 까닭에 수도자의 길을 선택 못한 자신의 소망을 딸들에게서 이루어 보려는 집념으로 어려서부터 수도자로서의 소양과 신심을 키우는 데 온 정성을 기울였다. 데레사 성녀 가정처럼 딸 다섯을 그리스도께 바치는 것이 소원이었던 어머니의 기도와 교육 없이 지금의 우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맏딸 제순 수녀는 현재 서울 용산「백합유치원」원장과 同會 노인 수녀들의 안식처인「휴양의 집」원장을 겸임하는 바쁜 수도 성소를 이행하고 있다.
청원자 시절 부모의 기도가 마음에 느껴질 정도로 강했던 것을 잊지 못한다는 제순 수녀는 지금도 부모님의 끊임 없는기도가 자신을 지탱해 주는 큰 힘이라고 강조한다. 가톨릭의대 상담실과 교목실에 근무하는 제영 수녀와 계성여고 음악 교사인 제연 수녀는 이화여대 미술, 음대 대학원에서 각각 응용미술과 작곡을 전공하는 맹렬 수녀들이다. 특히 제영 수녀는 대학 재학시부터 미술에 심취, 예술을 통해 하느님의 무한한 힘과 사랑을 깊이 깨닫는다고 말하면서 부모님의 영향으로 시작한 수도생활이 바로 자신의 뜻이며 하느님의 뜻임을 지금도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조카, 사촌 동생까지 합해 5명이 샬뜨르성바오로회 가족인 이들은 종신서원까지 마친 명실공히 그리스도의 딸들이다. 연씨 가문에 수녀는 많아도 신부는 처음이라서 동생의 사제서품이 몹시 기쁘다는 제순 수녀는 부모님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행동 하나하나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토록 이끌어 주신 부모님께 새삼 감사한다고 말했다.
성직 수도자의 수가 현저히 줄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가정이야말로 모범 가정이 아니냐고 웃는 제순 수녀는 공동체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성소 가정의 증가가 어느 때보다도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2년에 한 번씩 휴가 때마다 부모님을 뵙는 것으로 효도를 대신한다는 이들 세 자매 수녀는 수도자가 가야 할「완덕의 길」을 향해 곧게 가는 것만이 부모님께 드리는 최대의 효도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