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환난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믿음의 고장 대구대교구. 서정길 대주교의 뒤를 이어 제8대 대구대교구장에 취임한 이문희 대주교는 7월 5일 역시 바위처럼 흔들림 없는 자세로 교구의 총 지휘권을 물려받았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자신의 좌우명처럼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 그것은 신임교구장 이문희대주교가 취임과 더불어 밝힌 소박한 소망의 근원을 이루고 있었다.
『자식된 사람이 아버지가 하던 일을 3년 내에 바꾸면 안 된다』는 옛 성현의 말을 인터뷰 첫머리에서 인용한 이대 주교는『선임교구장이신 서 대주교님께서 이끄셨던 교구 방침을 존중, 이어가는 가운데 교구 전체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으로서의 신입 교구장의 취임 소신을 대신했다.
1911년 교구 설정 이래 화려한 외형적 성장보다는 신심을 무장하고 키우는 일에 더 큰 몫을 부여해온 대구대교구의 특성은 한마디로 자타가 공인하는 저력. 그 저력은 급격한 변화를 허용치 않는 엄격함 속에서도 조용히 안으로 성장을 재촉해 온 원동력이 되었고 대구대교구는 이제 신입 교구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다짐 속에 그 저력을 발전적으로 키워가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섰다고 볼 수 있다.
『흔히 대구대교구를 배타적으로 배타적이고 패쇄적이며 우월감마저 크다고 평하는 것을 자주 듣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같은 특성을 대구대교구 단점인 동시에 장점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쉽게 타협하지 않고 영합하지 않는 것이 교구의 이기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 시대의 사회구조상 필요한 특성일 수도 있다』고 강조하는 이대 주교는『반응이 느린 반면 남의 불필요한 장단에 쉽게 춤을 추지 않는 것』을 대구대교구의 장점으로 덧붙였다.
화급한 일에도 바위처럼 끄떡도 하지 않는 성품이 우람하고 당당한 체구와 함께 대구대교구의 모습과 썩 잘 어울린다는 이대주교. 주위 사람들로부터 도무지속을 알 수가 없다는 불평을 쉽사리 듣고 있는 이대주교는『사람들이 내속을 모르는 것은 내가 속이 없기 때문』이라고 죠크 하면서『윗사람이 속이 없어야 밑에서 일하기가 수월하다』는 나름대로의 분석론을 폈다.
『믿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야 합니다. 신자이면서 신자가 아닌 사람처럼 산다면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소용돌이치는 사회적 현상을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이대주교는 교회와 신자들이 겪고 있고 또 겪어야 할 어려움을 걱정하면서 그러나『인간이 인간다와야 하듯이 신자는 하느님을 따라 사는 진정한 신자의 삶을 살 때 이 세상은 반드시 하느님의 뜻대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대주교는『교회의 사회참여도 우리 삶의 변화가 선행될 때 참가치가 있다』고 지적, 『신자들로부터 인간답게, 신자답게 잘살도록 최선을 다하고 또 그렇게 산다면 사회는 반드시 변화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시대가 왜 이러 조급한지 모르겠습니다. 너ㆍ나 할 것 없이 작은 일에 흥분하고 여차하면 소리만 지르니 걱정이 앞섭니다.』이대주교는 흥분하고 소리 지르기에 앞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풍토가 교회에서부터 조성됐으면 좋겠다면서 교회라고 해서 같은 문제에 같은 시각을 갖고 같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보좌주교로 서품돼 유달리 빨리 수난의 잔을 받아야 했던 이대주교는 그로부터 14년간 묵묵히 교구장을 보필, 대구대교구 발전의 골격을 튼튼이 해왔고 이제 교구장에 오름으로써 다시 한 번 수난의 잔을 받은 셈이 됐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는 가운데 자신의 소신을 펴온 이대 주교는 특유의 관용ㆍ인내ㆍ사랑의 힘을 최대로 발휘, 또 다시 받은 수난의 잔을 영광의 잔으로 하느님께 올려드릴 각오를 거듭 다짐, 교구민들에게 무한한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최선을 다하면 안 되는 일이 없고 그래도 안 되면 하느님의 뜻이라는 단순한 신심을 바탕으로 교구의 기반을 다져온 대구대교구 최대 과제는 일치를 다지는 가운데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복음화. 여타교구와 마찬가지로 선교를 최우선에 놓고 하느님 사랑을 이 세상에 펴 보이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온 대구대교구는 신임 이대주교의 취임과 함께 보다 폭넓은 선교대책을 마련, 복음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변화를 수용하는 가운데 한국교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자세 정립도 대구대교구가 시도해 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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