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 로 화려하게 위장된 수백마디의「사랑」이란「빈 울림」대신에 불우한 이웃을 위해 기꺼이 몸바쳐 그리스도의 참사랑이 무엇인가를 실지 행동으로 보여주는 지역사회의 복음화 역군이 있다.
경북 예천군 예천읍 남본동 222번지에 자리잡고 있는 한일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윤기서씨(42ㆍ베르나르도)가 화제의 주인공.
그는 1972년 10월 20일 조합원 48명에 자산 19만 원으로 가난에 찌들린 주민 모두가 빈곤에서 벗어나 잘 살아보려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신용조합을 설립、불과 출범 5년 만에 조합원 2천5백 명에 자산 3억5천만 원 (금년 3월 말 현재) 이라는 굳건한 바탕 위에서 지역 주민들과 조합원들을 질병으로부터 구제하기 위해「한일의원」을 개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4월 3일 문을 연 한일의원(한일신용협동조합 의료과)은 기존 1층 조합 사무실 2층에 30평 규모로 진찰 및 치료실을 비롯 수술실ㆍX레이실ㆍ병리실험실ㆍ약제 및 간호실 등으로 비교적 아담하게 짜여져 있다.
의원은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3과에 의사 1명 간호수녀 2명 간호보조원 1명 그리고 X선 기사 서무계 1명씩 등이다.
윤 이사장이 의원 설립을 시도하게 된 것은 인구 16만 명의 읍 소재지에 의원은 불과 2개소 의료 혜택이 전무상태일 뿐 아니라 그것마저도 의료비가 엄청나게 비싸 일생동안 병원 한 번 못 가는 불우한 주민들이 대다수임을 감안, 이들에게 의료 혜택을 베풀어야겠다는 집념에서였다.
그래서 우선은 예천군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생활보호 대상자와 영세민 2백명「대양장학회」회원 76명、특종 종합적금 피계약자 1천 명, 기타 이사회에서 승인하는 1백 명에게 전액 무료의 진료권을 발급하고 있으며 전 조합원에게는 30%, 특종 종합적금 피계약자 가족 2천 명과 근면성실한 모범 조합원 2백 명, 기타 이사회에서 승인하는 1백 명에게는 50%의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이 밖에도 6월부터는 차량을 구입, 읍민을 대상으로 이동 진료반을 운영하는 것을 비롯 건강상담소 설치 운영, 연 2회 전 주민을 대상으로 예방 및 소독을 실시하며 무의촌 및 낙후 부락을 선정, 연 24회의 무의촌 진료와 건강진단 건강계몽 교육과 아울러 예천군 주민들에게 실비로 진료할 계획이다.
윤 이사장은 3일 의원을 개원하면서『중병 환자가 돈이 없으면 쓰러져야만 하는 비정한 현실에 감히 도전한다』고 말하면서 한일의원은『단 한 사람이라도 돈이 없어 쓰러지게 버려둘 수 없다는 신념으로 무의촌ㆍ낙후 부락ㆍ생보자ㆍ영세민들에게 무료 진료의 혜택을 주고 질병 예방에 중점을 두는 동시 사랑과 봉사의 참된 크리스찬 정신을 모토로 환자를 성심껏 돌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자신의 신념을 분명히 했다.
바로 환자들을 크리스찬적 사랑에 입각 육체적 질병과 더불어 마음의 고통까지 따뜻이 치료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수차의 난관을 무릅쓰고 수녀 간호원들을 초빙하는 데 성공을 거두게 했다.
윤 이사장은 샬트르 성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장을 찾아가 의원 개원에 따른 수녀 간호원 파견문제를 협의한 끝에 관구 측에서 그의 뜻을 받아들여 결국 울산 현대조선 부속 병원과 부산 매리놀병원에서 2명의 간호수녀를 얻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관구 측에서는 2명의 간호수녀에 1명의 전교수녀 등 3명으로 예천분원을 설립하게 됐다.
개원 이후 18일 동안 (4월 21일 현재) 나타난 실적을 보면 총진료인 수는 4백25명으로 이 중 전액 무료자는 1백77명 30~50% 할인자는 70명이며 나머지는 전액 유료의 실비봉사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진료를 받은 주민들 중에는 오늘날처럼 비정한 사회에서 완전 무료 혹은 대폭 할인해주는 것이 너무도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제일 값비싼 약품을 사용하는데도 곡해한 나머지 싸구려 약품을 사용해서 싸게 치료해주는 것이 아닌가고 상반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단다. 그런가 하면 수녀들의 따뜻한 간호에 감탄한 나머지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주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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