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김세중 선생님.
안녕히 쉬소서. 그 많은 일들을 펼쳐놓고 어찌 그리 홀연히 가실 수가 있으셨습니까. 잠시도 가만히 계시질 못 하시는 당신의 성품 때문에 제자들의 염려도 못들은 체 오직 바른 일을 위해서 진력하시다가 이렇게 섭섭한 장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대망의 국립 현대미술관의 건립을 지켜보시면서 그렇게도 좋아하시던 선생님, 8월 15일의 개관식 날을 잊을 수는 없으시겠지요. 지금 거목은 대지에 누워 있고 우리 모두는 큰 충격으로 할 말을 잊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난한 우리시대의 한 복판에 서서 조각가로서 교육자로서 또 미술협회의 일등으로 진력,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불멸의 종교문화를 정착시키는 일들로도 동분서주, 헌신하셨으며 마침내 우리 미술문화를 총괄 발전시키시려는 미술관건립에로 귀착되셨습니다.
구미 각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의 작품들을 모아 오시느라 선생님은 또 얼마나 애쓰셨습니까.
선생님은 평생에 너무 많은 일들을 안고 계셨습니다. 그 많은 일들을 어찌 혼자의 어깨로 다 짐 지려 하셨습니까. 이제 실로 오랜만의 선물, 그 휴식을 받아들이실 때 인가봅니다.
이제 선생님은 가셨지만 우리 후배들과 제자들이 그 짐을 갈라 맡아 선생님께서 꿈꾸셨던 민족의 대 서사시를 반드시 이루어 놓겠습니다.
선생님은 엄격하신 예술가로서 자상하신 교육자로서 탁월하신 행정가로서 매사에 원칙을 바로 세우시고 옳은 일이라 판단되실 때는 물ㆍ불을 마다 않으셨으며 각계각층의 수많은 선배후배들에 대해 고르게 마음 쓰시는 참으로 큰 날을 타고 나신 드문 스승이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순교성인 「골롬바 아네스상」을 비롯 「혜화동성당」「절두산성당」 등 종교작품들을 통해 제자들로 하여금 종교와 예술에 대한 문제들을 환기시켜 주신 분이 시기도 합니다.
특히 마지막 성모상ㆍ성 모자상 등은 가슴을 에이는 기도의 소산임을 저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엄격하고 육중한「매스」(몸체)ㆍ물 흐르는 듯 섬세하고 유려한 볼륨ㆍ활기차고 광대한 공간성 근엄하고 때로는 사랑스러운 참으로 인간적인 표정들을 조형으로 성취하신 선생님. 한마디로 「장엄」이라 저희는 느낍니다.
고마우신 선생님, 이제 저희들이 갚을 때가 되었습니다. 좀 더 주님의 시간을 얻을 수가 있었더라면… 그러나 주님의 뜻을 인간 세에서 어찌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알고 계시지요 선생님.
「이순신상」은 광화문에 오늘도 서있습니다. 「류관순상」도 장충공원에 예전처럼 서 있습니다. 땅과 하늘 사이 그 광활한 세상사를 한 치라도 높게 끌어 올리시려 던 선생님, 선생님은 당신의 사명을 다하셨습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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