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게는 가벼운 퇴근길이 나에게는 무거운 등교길이 되는 셈이다. 비좁은 버스 안에서 비비적거리고 승강구 쪽으로 나와 학생용 버스표 한 장을 내민다. 차장 아가씨는 의아한 눈초리로 아래 위를 한 번 쑥 훑어보면서 혼자 싱끗 웃는다.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모양이다 <이렇게 나이 많은 학생도 있는가? > 하는 눈치다.
드디어『아저씨가 학생이요?』
『음』하고 반 신음 소리 비슷한 나의 대답에 …
한참만에『늙어도 공부 들어가요?』
이제 늙어 공부해서 무엇하겠다는 건가? 하는 투다.
『늙은 사람은 공부하면 안 되니?』
대답을 해 놓고도 입맛이 씁쓸하다. 하기야 공부 잘 들어가는 젊을 때 공부 않고 이제 와서 공부한답시고 교문을 들락거리니 차장 아가씨의 핀잔을 들을 만도 하리라. 그렇지 않아도 가로늦게 무슨 공부냐고 한마디씩 들을 때마다 쑥쓰러운 감마저 드는데「늙어서」공부 안 들어가니 더욱 부끄럽기조차 하다.
정말 공부할 수 있는지 회의에 잠긴다. 그러나 한편 마음 속으로 주자(朱子)의「권학문」에 나오는 한 귀절을 되뇌이며 스스로 격려를 해 본다.
「오늘 배우지 않고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올해 배우지 않고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세월은 흘러가니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오호라! 늙었도다. 이제 누구를 탓하리오」
지난날의 허물을 탓하며 공부 잘 들어가는 젊음이 자꾸만 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