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은 기도하는 집이요 주께서 거하시는 성전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극한 정성으로 성전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꾸미는 것이리라.『신부님, 성당에 비가 여러 군데나 세요』비 오는 날 수녀님의 근심스러운 얼굴이다.「에그머니야!」(Egg moneyahl) 주님의 성전에 비가 세다니! 이거야 정말 큰 야단 났구나. 없는 살림에 걱정만 여태산이라. 궁색을 안 떨래야 안 떨 수 없는 처진데「없는 살림에 제삿날 닥치듯」본당 신부 영명축일이 돌아온 것이다. 비가 세어 곰팡이 냄새 나는 성전에 불철주야 현존하시는 성체께 본인은 오매불망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 그지 없는데 양순하고 충직한 신자들은 알량하신 본당 신부의 본명인가 영명인가 축일을 이번만은 별일이 있더라도 꼭 지내드려야지 예년처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고 성화다. 그래서 나는 그 날만 살짝 피하여와 병 중에 계시는 아버님께 다녀오기로 작정하였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안 되었다. 사목회 임원들과 타협이 성립된 것이다. 본당 보수공사를 위한 사업비를 모금하려면 내 주보축일 날 막걸리 파티에서 여론과 분위기를 조성하고 의견을 모으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자는 것이다. 내 주보 축일이 성당 보수 공사를 위한 모금의 계기가 된다는 데야 성당 수리를 그다지도 원하던 나로서는 굳이 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목회와 수녀님들과 나는 혼연일체가 되어 한편으로는 설유와 방문을 통한 현금 모금과 헌금 약속 서명 받기 운동을 벌이고 한편으로는 공사를 벌여 놓고 신자들이 눈으로 보고 참여하도록 촉구했다.
감사롭고 대견스럽고 기특한지고! 신자들의 정성어린 협찬과 참여로 80여만 원의 공사가 한 달 만에 끝을 맺게 되었다.「80만 원」그것은 우리본당 신자들의 실력으로는 너무도 힘겨운 거액이 아닐 수 없다. 그 공사비 안에는 가난한 할머니의 다섯 개의 계란값(애그머니=egg-money)도 들어 있다. 새 성당처럼 말쑥하게 단장된 성전을 바라보면서 난 이렇게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신자들은 참으로 양 같이 양순하다. 나는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제가 되어야지 … 그리고 주께서 거하시는 성전은 내가 사는 사제관보다 더 정성스레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