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앙이 아니었더라면 주었을지도 몰라요. 우리 영진이를 잃고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어요. 하느님과 성모님께 매달려 지금껏 살고있구만요』
지난 2월 3ㆍ21일 MBC TV를 통해 방영된 최초의 광주문제 다큐멘터리「어머니의 노래」의 주인공 김순희(도로테아ㆍ51)씨. 『어머니의 노래, 그렇지요. 타지방 사람들에게는 충격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광주사람들에겐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건 약과지요』
18세 고등학교 3학년 어린나이에 봉오리도 채 피우지 못한채 민주제단에 바쳐진 아들로 인해 생겨난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신앙의 힘으로 가까스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세상의 어머니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내가 그애를 얼마나 사랑했는데…하느님이 그만 시샘을 하셨나봐요』한때는 하느님을 원망도 했다는 이「어머니」는 신앙이 개인적인 아픔과 고통을 치유해줄 뿐만 아니라 민족문제인 광주의 아픔도 치유해줄 것으로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공주뿐아니라 다른곳의 신부님들과 신자분들이 기도를 많이했지 않습니까. 진실을 밝히려 노력도 많이 했고요. 그덕분에 이만큼이라도 밝혀진것 같구만요. 하느님은 다 알고 계세요. 진실은 얼마안가 밝혀질 거여요』
지금은 증흥동성당에 나간다는 김순희씨는「그일」이있고 난후부터 하루도 거르지않고 평일미사에 참례, 아들과 함께 억울하게 죽어간「광주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자신의 마음의 상처도 달래왔다는것이다 지난 2월 10일 광주 대동 고등학교에서 9년만에 받은 아들의 명예 졸업장을 어루만지며 어머니는 또한번 한을 머금으며 아들을 회상한다.
『영진이는 어렸을때 신부되는게 꿈이었지요. 국민학교때부터 고2때까지 복사를 했어요. 그러다보니 주일이면 성당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애기는 참 순한애였는데 그런 애가 총소리 나는 곳에 뛰어들 정도였으니…』눈시울을 적시며 말끝을 흐린 어머니는 영진군의 경우를 들면서 당시 계엄군의 과잉진압이 사태악화의 원흉이라고지적했다『우리 애기가 죽기 며칠전 학교에서 돌아오더니「어머니 시내 나가보셔요. 완전히 지옥입니다. 학생이고 노인이고 할 것 없이 붙잡히면 몸둥이로 개맞는듯해요」하면서 분해하는 것을 보았어요』어머니의 설명으로는 그 며칠뒤인 21일 오전9시경 영진군이 집을 나가서 도청앞 시위때 트럭을 타고 가다 계엄군의 총을 맞고 사망했다는 것이다.
한때 신부가 되는게 꿈이었던 형을 잃은 동생 전경진(요한ㆍ23)씨는 형의 소원이라도 풀어주듯 신학교에 다니고 있다. 광주가톨릭대 2학년을 마치고현재 방위병으로 군복무를하고 있다.
『큰애를 잃고난후부터 세상 일을 하느님 뜻에 맡기는 버릇 때문에 경진이 외에 누나 한명밖에 없어도 경진이가 신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흔쾌히 승락했다』고 김순희씨는 말했다. 곁에 있던 아버지 전계량(광주항쟁유족회장ㆍ안셀모ㆍ55)씨도『다른 동기도 있지만 형이 민주화의 제단에 희생된 것이 큰 계기가 돼 불의한 사회에 빛과소금이 되고자 신학교를 결정한것 같다』고 덧붙엿다.
82년부터 전계량씨가 회장을 맡아오고 있는 유족회회원은 모두 75명. 당국의 온갖 희유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지금까지 활동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광주대교구, 특히 정평위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전씨는 강조했다. 『광주대교구는 최선을 다했어요. 비록 가난하지만 열과 성을 다해 유족들을 위로하고, 장학금도 지급했어요. 외부압력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어주기도 했고 유족들을 매년 피정까지 시켜주었읍니다. 남재희 신부님 조비오 신부님, 정평위간사 김양래씨는 우리 유족들이 결코 잊지않을 분들이지요』
유족회원중 처음에는 천주교신자가 자신뿐이었으나 교회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지금은 14세대나 된다는 전계량씨는『그러나 교회가 본당이나 교구차원을 넘어 전교회적으로 광주문제를 인식하고 민족의 문제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꼭 물질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진실을 밝히려 노력했더라면 아픔이 훨씬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2월 21일「어머니의노래」가 재방영되고 22일부터 24일까지 민정당이 불참한 가운데 광주 청문회가 속개됐다. 그러나 광주문제가 우리모두의 문제로 가슴깊게 와닿기전에는 이「어버이의 한」도「광주의한」도 결코 완전히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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