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의 긴 세월을 한국의 농아들과 고락을 함께 하며 혼신의 사랑을 쏟아온 까리따스 호펜치스 수녀 (독일인ㆍ63세ㆍ포교성베네딕또수녀회). 그 공로를 인정받은 까리따스 수녀는 지난 3월 24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받았다.
24살의 예비수녀로 1938년 한국 땅을 밟은 까리따스 수녀의 일생은 불우 농아들에게 생의 기쁨과 보람을 심어준 애덕으로 점철된 사랑의 길이었다.
『뜻밖의 상을 받고 보니 좋은 점도 많지만 괴로운 일도 많군요. 조용히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너무 뺏겨요』. 동백장을 수상한 까리따스 수녀의 소감이자 걱정이다. 까리따스 수녀가 농아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첫 임지인 원산에서부터.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아들이 손짓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 특히 수화(手話)로 혼배성사를 받는 장면에 충격을 받은 까리따스 수녀는 이때부터 농아들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공산 치하에서 옥고를 치르며 5년간 강제 노동을 당한 까리따스 수녀는 54년 본국으로 송환됐다. 한국의 농아들을 잊지 못한 수녀는 56년 다시 한국 파견을 자원, 그로부터 20년간을 오직 농아들의 자활과 복지를 위해 뛰었다.
『아무리 불구자지만 자기도 쓸모 있는 존재임을 알아야 돼요. 생계와 직결되는 일을 통해 그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합니다.』국수공장 돼지 및 토끼 기르기 등 농아들의 자활을 위해서라면 닥치는 대로 농아들과 함께 일했다는 까리따스 수녀는 71년 초 한국 인형이 해외에서 인기가 있다는 점에 착안, 인형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침묵의 기술(Silent Craft)이라는 상표로 독일 오지리 등지에 수출된 제품들은 농아들이 만들었다는 흥미와 함께 섬세한 바느질 솜씨로 큰 인기를 얻었다. 판로가 개척돼 독일뿐만 아니라 스위스 미국 등지까지 수출된다고 자랑하는 까리따스 수녀는 현재 17세대 1백여 명의 농아 가족을 수유리「애덕 농아 자활촌」에 거주토록 주선했다.
작년 3월에는 집단 보청기 탁상 보청기 영사기 환등기 등 특수 기재를 설비한「애화학교」를 설립 농아 어린이들의 특수교육(발성교육)을 시작했다.『이젠 외국 원조에만 의존할 때는 지났다고 봐요. 정당하게 일하고 얻는 대가가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깨달은 농아들의 피나는 노력은 정말 눈물겹지요.』이렇게 말하는 까리따스 수녀의 얼굴은 어린 소녀처럼 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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