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二 이사야(Ⅴ)
第二 이사야가 직접 목격했듯이 생생하게 묘사하는 [야훼종의 넷째 노래」의 문장형식은 비하와 영광이란 도식 안에 애가와 찬미가가 어우러진다. (고린 후12, 9 : 필립 2, 6~11). 이 노래에서 다루는 것은 어떤 이데올로기나 교의 신학이 아니다. 한 인간의 삶 그 자체를 말하고 있다.
그는 메마른 땅에 가까스로 뿌리를 박고 돋아난 햇순처럼 나타나(53, 2) 승리하기 전에 먼저 고통과 죽음의 공동(空洞)을 지나가야 했다.
『무리가 그를 보고 기막혀했었지. 그의 몰골은 망가져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고 인간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52, 14) 늠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 그에게는 없었다. 눈길을 끌만한 볼품도 없었다.』(53, 3)는 묘사 속에 그분의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엿보게 한다.
그는 그의 고통을 천벌로 생각한 사람들한테 멸시를 받았다.
분명히 무죄했음에도 그는 결코 전임 예언자들처럼 복수해 달라고 호소하지 않고 끝까지 묵묵한 모습에서 그가 하느님께 매를 맞아 학대받은 줄로 여겼다. (53, 4).
그러나 예수님 시대까지도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고통은 죄에 대한 벌이라는 등식이 여기서 깡그리 무산되고 있다. (요한9, 2). 왜냐하면 망가져 도저히 인간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는 처참함을 그분은 극복하기 때문이다.
『그를 찌른 것은 우리의 반역죄며 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 있다』(53, 5). 죄는 우리가 짓고 고통은 그분이 받으셨다. 『그는 폭행을 저지른 일도 입에 거짓을 담은 일도 없었지만 죄인들과 함께 처형당하고 불의한 자들과 함께 묻히셨다.』(53, 9) 여기에 야훼의 계획이 있어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자기의 생명을 내놓았다. (53. 10)
이 노래에 묘사한 종은 완벽한 야훼의 종이요 자기 백성을 모으는 자이며 민족들의 빛이다.
이 종은 참다운 믿음의 길을 설교하며 자기의 유일회적인 목숨을 바쳐 백성의 죄를 없앤다는 것 때문에 하느님으로부터 고양(高揚)된 장차 올 메시아적 성격을 가진 영광의 종이다. 예수님은 이 고통당하는 종의 모습에서 자신의 정체와 사명을 발견하신다(루까22, 19~20ㆍ37 : 마르꼬 10, 45). 또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이종의 노래에서 가장 완벽한 하느님의 종의 모숨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본다. (마태12, 17~21 : 요한 1, 29)
이 종의 노래를 이해하는 데는 아직도 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구약의 어느 대목보다도 분명하게 신약을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노래를 이해하는 데는 복음서보다 더 좋은 주석은 없다고 보겠다. 그래서 복음서의 핵심이 넷째노래에 함축되어 있다 해도 지나 전말은 아닐 것이다.
참 해방과 구원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무죄한 이의 고난과 죽음을 통해 하사받은 구원에의 선물은 분명 새 차원의 삶을 열어준 새로운 메시지이다.
따라서 예언자가 제시하고 있는 야훼 종을 우리는 야훼를 보는 것처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분의 고통은 다른 어떤 것과도 비교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며 그 고통 뒤에 따른 영광 또한 무한한 것이다.
유한한 지성과 의지를 가진 우리가 해방의 기쁨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그분이 가신 길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분처럼 우리도 하나인 목숨을 봉헌하는 신앙을 가져야만「야훼종의 노래」가 참으로 우리에게 음미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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