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사제, 고광의 신부(47ㆍ파리외방전교회). 고 신부에게 있어 농민들과 함께 농사짓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목이다.
힘없고 약한 농민들의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고통과 기쁨을 나누는 일이 바로 교회 모습을 전하는 선교 사업이기 때문이다.
공주 가톨릭학생회관 관장으로 있는 고 신부는 아침9시경 집을 나서서 바쁜 농촌의 일손을 도우며 함께 생활하고 저녁7시경 돌아와 기도ㆍ묵상에 잠긴다. 공주 중동본당(주임ㆍ변갑선 신부)관할 중장공소가 그가 일하며 사목하는 터전이고 격주로 이곳에서 미사도 봉헌한다.
83년3월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신부님이 손수 일을 하신다니 말도 안 됩니다. 미사집전 교리지도면 몰라도…』만류하는 공소신자들 때문에 미신자 집에서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신자 공동체만을 위해 사제로서 불림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 신부는 신자 미신자 구분 없이 그들의 부탁이나 필요에 따라 일하고 있다. 오히려 미신자들이『이 양반은 하느님과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 것 같다』며 고 신부의 활동을 쉽게 이해했고 신자들의 고정관념을 바꾸어 주기까지 했다.
『왜 결혼하지 않느냐』『부자나라에서 와서 왜 이런 고생을 하느냐』호기심어린 질문들에 하나씩 대답하다보면 그들 안에 계신 하느님을 자연스럽게 알아보게 할 수 있다. 『소 값 폭락에 자녀교육 때문에 빚더미는 늘어만 간다.』는 농민들의 하소연을 들으며 그 아픔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농민들과 어울려 막걸리도 마시며 밭 매고 모심는 일은 이제 자연스런 일과. 반바지를 입고 모를 심다가 거머리에 물리는가 하면 논에서 소똥을 만지기도하고 또 공소회장이 공소지도자 학교에 참석할 수 있도록 며칠간 공소회장집에서 대신 일을 해주기도 했다.
고 신부가 하루일한 품삯은점심식사와 담배 한갑. 함께 있던 성봉세 신부가 대학에 강의 나가기에 서 신부 강사료로 생활은 충분한 셈. 그런데 서로사목방법은 다르지만 매일 같이 기도하고 각자의 생활을 얘기하며 나눔의 공동체생활을 해온 서 신부가 지난2월 규암본당으로 발령을 받았다.
신학ㆍ철학박사학위까지 갖고 있는 고 신부가 이런 일을 하는데 대해『과연 교회적인 것이냐』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해서 손으로 일하지 못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한 고 신부는『예수님은 공생활 전 30년 동안 나자렛에서 말없이 일하셨을 때도 구세주셨다』고 강조하면서 선교사로서. 신부로서. 교회 안에서 일하고 있음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농사철이면 농민들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성당에 잘 나오지 않고 만나기가 어려운게 사실. 이럴 때 농민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취미로 가져 직접 그들을 찾아 나서며 함께 일하는 농촌본당 신부들이 몇 명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고 신부는『외국인으로서 농촌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잇는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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