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에 국민학교 졸업장과 우등상장을 받아든 고아 (孤兒) 구두닦이 소년은 북받쳐오르는 울음을 끝내 참지 못했다. 자기를 낳아준 어버이를 대신해서 이날이 있기까지 손잡고 이끌어준 한 수녀에 바치는 보은(報恩)의 눈물이었으리라.
지난 11월 오전 10시 대구 범어국민학교 졸업식장을 꽉 메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鄭王容 군(SOS마을)과 李쁠라치다 수녀 (대구 파티마병원 무료 진료실 담당)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정군이 중학교 3학년생의 나이로 범어국교 6학년 3반에 들어간 것 은 지난해 4월 10일.
그 전에 정군은 대현국민학교에서 4학년을 중퇴한 후 3년 동안 파티마병원에서 구두닦이를 했다.
그동안 정군은 만촌2동 소재 개미마을에서 숙식하면서 열심히 구두를 닦았다. 정군의 근면하고 착실한 태도에 관심을 갖게 된 이 수녀는 그를 도와줘야겠다고 마음 먹었단다.
정군의 사정을 들은 이 수녀는 그 길로 범어국교를 찾아가 전입을 허가해 주도록 간청했으나 학교 측은 정군이 나이가 많고 키(1m60cm 정도) 가 커 받아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이 수녀의 끈질긴 간청에 학교 측도 감복, 결국 4ㆍ5학년 시험을 치르고 6학년에 들어가게 됐다. 정군의 1학기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산수가 어려워 담임 채언기 교사에게 방과 후 개별지도를 졸랐다. 그 결과 2학기 말에는 평균 98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정군은 10일 추첨 결과 대성중으로 진학이 결정됐다. 이 수녀의 알선으로 SOS마을에 새 보금자리도 마련하게 됐다.
정군은『수녀님의 은혜에 보답키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울먹였다.『구두를 잘못 닦아 손님에게 두들겨 맞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지난날을 돌이키는 정군은『훌륭한 사람이 되어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다부진 결의를 보이기도 했다.『나는 아무 것도 잘한 일이 없다』고 되풀이 강조하는 이 수녀-.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정군을 보살펴주고 싶다며 범어국민학교에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