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과 이념을 같이하고 교구장을 보필하는 입장에서 모든 신부들과 함께 서울대교구의 내실을 기함으로써 수도좌 교구다운 무엇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교회를 염려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는 기대일 것이고…』서울대교구 보좌주교로 임명된 후 더욱 바빠진 경갑룡 주교는 논현동성당 주임신부 방에서 기자와 잠시 만나 자신의 포부와 사목 행정상 중점을 둬야 할 바를 한마디로 이렇게 말했다.
경 주교는 이어『독자적인 어떤 정책 이슈를 창안해 내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의 백성이 소망하는 바와 기대하는 바를 채워주기 위해 미력하나마 모든 힘을 다 바칠 것』을 다짐했다. 경 주교는 특히 협조만을 의뢰하거나 말을 앞세우기보다는『조용한 가운데 먼저 스스로 봉사하는 자세로 행동할』결의를 차분히 표명했다.
3월 3일경 논현동성당을 떠나 교구청으로 들어갈 예정이라는 경 주교는 우리 교회의 유일한 추기경으로서 김 추기경은 앞으로 여유를 갖고 국제적인 차원에서 전체 교회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교구 총대리로 발령되면서 교구 내 인사권을 비롯 교구장과 동일한 권한이 주어진 사실을 지적하자 경 주교는『권한이 문제인가, 지금은 명령이 아니고 협력이 통하는 시대』라고 창조했다.
제2차「바타깐」공의회 이후 전 세계 모든 교회는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제도상의 질서에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고 서울대교구도 그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그 시련은 경 주교가 유학을 떠나던 71년을 전후하여 한층 심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새로운 질서가 잡혀가는 상황으로 변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교구 내 풍토를 의식했는지 경 주교는『의견과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을지 모르나 교회라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우리 모두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같다』고 말하면서 동지적이고 형제적인 협력을「겸손되이」청했다. 동시에 경 주교는 불완전한 도구들이지만 능력과 노력을 아끼지 말고「최선을 다하면」모든 것이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경 주교는 근래에 세계적으로 활발히 일고 있는 각종 신앙부흥운동에 관심이 많아 꾸르실료를 60년대 후반에 이미 수료했고 (서울 5차) 미국 필립핀에선 성령 기도회에도 참여했단다. 경 주교는 이 같은 신앙부흥운동과 사도직 활동이 너무 산만한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상호간에 유기적 협력을 위해 교구에서 이를 조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안을 앞으로 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제들의 사회 정의 구현 운동에 대해 경 주교는 교회가 공의회 정신에 따라 사회 참여를 해야 하나 교회답게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5년간 해외에 나가 있었기 때문에 잘 모르겠지만 신부들이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너무 신경이 과민해 있는 것 같다면서 서로 백안시하는 태도는 불행한 일이라며 충분한 대화이기 쉽다고 말했다.
경 주교는 또 교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가톨릭시보를 통해 모든 신자들에게 제시되어 그 해결책을 모두 함께 모색하도록 함으로써 교회에 대한 책임을 어느 누구에게 전가시키지 말고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고 스스로 해결하는 슬기가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가톨릭시보의 독자 수와 질적인 향상문제에 관심을 표시하기도 했다.「오랜동안 기다리던 보좌주교」라 해서 기대가 너무 많은 것 같아 당황(?)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는 경 주교는『단기간에 무엇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모든 문제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하나씩 하나씩 검토하고 정비해 나가겠다』고 말해 성급한 기대를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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