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보지못해 혼자 다니기도 어려웠고 더욱이 나환자라는 이유로 국내여행 조차 변변히 다니지 못했던 맹인 나한자가 한 일본인 여류작가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세계 성지순례의 길을 떠났다.
경기도 안양 성라자로 마을의 맹인 나환자 고상준(63ㆍ스테파노)씨와 맹인은 아니지만 음성 나환자로서 고씨의 봉사자로 동행하는 김재학(61ㆍ안셀모)씨는 일본 여류작가 소노ㆍ아야꼬여사의 초청으로 지난 3월 7일 김포공항을 떠나 동경에서 일본순례단과 합류한 후 23일까지 16박 17일동안 예루살렘ㆍ로마 등을 경유하는 성지순례에 나섰다.
일본인 사제가 인솔하는 이번 성지순례단은 일본인 맹인 15명, 봉사자 30명 그리고 한국인 음성나환자 2명등 47명인데 일본인은 모두 자비로, 한국인 2명의 여비는 소노여사가 부담했다.
음성나환자 임에도 불구, 사회의 인식부족으로 국내성지순례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이들이 해외성지순례에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 끊임없이 성라자로 마을을 도와온 소노 아야꼬여사의 남다른 사연이 담겨있다.
일본문화성 미우라 슈몬장관의 부인으로 10여년동안 성라자로 마을을 도와오던 작가 소노여사는 한때 각막염에 걸려 수술을 해도 실명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절망적인 선고를 받았다. 이에 소노여사는 평소에 애정을 쏟아오던 성라자로 마을 나환자들에게 자신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부탁, 수술과 함께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했으며 이 모든 것이 나환자들의 기도 덕분이라며 맹인나환자들을 위해 봉사할 것을 약속했었다.
1인당 3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해외성지순례를 시작, 지난해에 처음으로 성라자로 마을 여자맹인 나환자 2명을 초청했던 소노여사는 맹인이 될뻔했던 자신이 맹인들의 기도덕에 실명의 위기를 넘겼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매년 2명의 맹인 나환자들을 초청하겠다고 성라자로 마을 원장 이경재 신부를 통해 그뜻을 전달한바 있다.
그동안 성라자로 마을을 도와온 소노여사는 수시로 라자로 마을을 방문, 나환우 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왔으며 가톨릭의 영성을 다룬 작품을 많이 써온 공로로 교황청에서 훈장을 받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월 7일 김포공항에 고씨일행을 마중나왔던 약 20명의 나환우들은 이들의 성지순례에 많은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혹시 국내에서 늘 당해온 냉대를 외국에서도 받지않을까 하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날 많은 나환우들은『나환자의 출국에 아직도 어려움이 있다는 점, 국내에서는 나환자들이 마음대로 여행하거나 성지순례를 다닐 수 없는 점, 또한 신체장애자들의 여행을 도와줄 봉사자들이 절대 부족한 점 등이 개선돼야 함을 이번 성지순례를 지켜 보면서 느낄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맹인나환자를 인솔, 동경까지 동행했던 성라자로마을 원장 이경재 신부도 『지난해 맹인나환자 2명과 성지순례를 다녀보면서 장애자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우리와 크게 다르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면서『이번 맹인나환자들의 출국을 계기로 우리도 신심장애자들을 위한 더 많은 봉사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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