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명 주께 맡기고 그를 바라라』
시편 37편의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은 서울대교구 신임 강우일 보좌주교. 2월 14일 주교로 서품 된 이후 약10여일간 주교직분으로 생활한 강주교는 이미 예상했던 대로 과묵함과 조용함 속에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긴 양의 모습으로 자신의 주교직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강직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보좌주교는 서울대교구의 실정상 필연적인 직분인것 같습니다. 모든 면에서 교구장 혼자 책임을 감당하기에는 벅찬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책임을 나누어지고 교구장의 짐을 덜어드리는 것이 보좌주교의 직분이라 생각합니다』2월 24일교구청 3층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강주교는『주교대리는 교회법적으로 위임받은 분야에 있어서 모든 임무와 권한을 가질 수 있지만 제반업무는 협의를 통해 이루어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 아래 교구장이 신 추기경님ㆍ총대리 김옥균 주교님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소임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주교서품과 동시에 강주교에게 주어진 소임은 수도회 및 교육기관 담당 주교대리. 다시말해 교구내의 모든 수도회와 이에 준한 단체 그리고 교구내의 모든 교육기관에 대한 업무를 전담하는 것이 신임 강주교의 일로 밝혀졌다.
강주교는『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맡겨진 임무에대한 현황과 현실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해야할 급선무』라고 손꼽았다.
그러나 날로 성소가 증가하는 여자수도회의 경우『현재 규모가 방대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영성적인 측면에서 노선을 제시해줄 지도자가 없어 자신들의 고유 카리스마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날카롭게 진단하는 강주교는『각 수도회가 고유 카리스마를 살리고 내적으로 심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과 아울러 이같은 수도회의 고유 카리스마를 교구전체사목과 적절히 연결시키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여자수도회에 비해 남자수도 회는 성소도 적을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어려운 실정.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몇 년간 각국 교회의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한국은 외국의 수도회로부터 흥미로운 진출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강주교는『추기경님께서도 남자수도회를 키워야한다고 말씀하셨고 또 모든 수도회들은 좀더 사목적 차원에서 중요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하면서『그렇다고해서 한국 진출을 원하는 모든 수도회를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한국에서 성소를 찾고 봉사하고자 하는 수도회라면 한국에 대한 정확한 실정과 객관적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의 풍부한 성보에만 무조건 욕심을 낸다면 바람직한 진출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강주교를 지칭하는데 있어 과묵함과 강직성을 빼놓을 수 없다.
과묵함 속에서 사목자로서의 열정을 다 해온 강주교의 인품은 교구청 스탭으로 함께 일해온 최석호 신부의 축사를 통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2월 14일 축하연에서 최신부는「바쁜 중에서도 서두르지 않는 침착성」,「모든 것에 앞세우는 기도의 모범」,「특별히 좋아하는 청빈의 생활」등을 강 주교의 장점이자 성품으로 집약해놓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수가 적은 편에다 쉽게 자신의 속을 내보이지않는 성품 때문에 일반적으로 쉽지않은 상대로 여겨져오기도한 강 주교는『주교라는 직책이 본의 아니게 그 같은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느끼도록 하는것 같다』고 염려했다. 따라서 집무실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고 누구와도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펴보인 강주교는『건강이 허락하는 한 보다 많은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주교가 될 것』을 거듭 다짐하기도 했다.
주교로 불림받기 전 난곡동본당 주임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강주교는 특히『소외된 지역으로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자신과 일반인들의 생각이 크게 틀렸다.』는 사실을 강하게 체험했다고 고백했다. 강주교는『그들은 비록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 여건을 개척하려는 정신과 함께 밝게 살고자하는 의지ㆍ용기ㆍ힘을 갖고 있었고 공동체 의식 또한 강력했다』고 전하면서 『중요한 것은 그들의 여려움을 같이 느끼고 나누는 자세, 그 정신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한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내가 소외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특별히 큰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면 그것부터 그릇된 생각』이라고 스스로 진단하는 강주교는『나의 지위, 삶의 위치에서 그들과 어떻게 같이 호흡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먼저 해결해야할 자신의 문제』라고 말한다.
85년말 현재 신자수 66만 8천 9백명. 70만에 육박하는 수도교구의 방대함이 보다 폭넓고 다양한 지도력을 요청하고있는 가운데 탄생된 서울대교구 강우일 보좌주교. 강 주교는 바로 그 요구의 일부를 교구장 김추기경, 총대리 김옥균 주교와의 협력ㆍ조화안에서 충족시켜 주어야할 막중한 임무를 새롭게 다지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