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아호「無我」의 뜻 그대로 살다 지난 1월 24일 하느님 품에 안긴 故 방유룡 신부(87세ㆍ레오 안드레아). 방신부의 선종은 한국 교회 영성분야에 커다란 손실로 평가되고 있다. 철저하게 자신을 비우고 이웃을 위해 살았던 그의 생애는 그가 떠난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순교 복자수녀회와 수도회를 창설, 이 땅에 한국인의 얼을 담을 담은 한국인의 영성을 뿌리내리기 위해 기여해온 방신부의 생애와 사상, 그 발자취는 쉽게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크고 깊다.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1월 27일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故 방유룡 신부의 장례미사에서 『「무아」(無我) 는 하느님 나라와 그의 덕을 하느님 뜻 자체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는 믿음ㆍ순종ㆍ자아포기ㆍ자신의 전적인 봉헌ㆍ사랑』이라고 전제하고 『방신부님은 그 이상의 깊이로 「무아」의 참경지를 깨달으신 분이며 바로 그뜻을 사시면서 가르치신 분』이라고 생전의 방신부를 추모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자신을 비우고 자신을 없애고 남을 사랑하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삶의 신조로 삼았던 故 방신부는 56년의 사제생활동안 철저히 그 정신, 신조를 실천한 사제로 한결같이 기억하고 있다. 방신부는 1900년 서울 정룡에서 태어나 18세때 용산 소신학교에 입학, 30년 10월 사제로 서품돼 강원도 춘천교회 보좌신부로 사제의 길에 들어 섰다.
황해도 장연ㆍ재령ㆍ해주본당을 거쳐 42년 경기도 개성본당 주임으로 부임한 방신부는 57년 자신이 창설한 한국순교 복자수녀회 지도신부로 부임하기까지 서울 가회동 제기동 후암동본당 등 8개본당에서 사목, 그리스도의 삶을 삶으로써 실천하면서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향기 높은 사제상을 구현해왔다.
자발적인 믿음으로 복음의 씨앗이 되고 드디어 피의 순교로 신앙을 지킨 이땅 순교자들의 정신과 얼을 이어받아 이 겨레에게 전하고자 했던 방신부의 염원은 해방 다음해인 46년 한국순교복자 수녀회를 창설하는 것으로 첫 결실을 맺었다.
한국인의 의식과 전통 정신이 순수하게 흐르는 한국적인 수도회, 다시말해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수도회를 마련코자 했던 방신부의 소박한 꿈은 수녀회에 그치지 않았고 다시 53년 11월 한국순교 복자수도회를 창설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57년 3월 복자수녀회 3회, 62년 10월 기혼자 여성들의 수녀회인 「빨마원」을 각각 설립하는 열정을 보인 방신부는 57년 스스로 복자수도회에서 종신서원, 보다 청빈하고 순명하며 보다 정결한 삶으로 완숙기의 사제생활을 봉헌했다.
가시적인「福」보다는 비가시적인「福」, 즉 정신적인 풍요함을 기본정신으로 어려운 시기에 시작된 수녀회와 수도회는 온전히 자신을 비우려했던 방신부의 영적인 풍요를 자양분으로 꾸준히 성장, 오늘에 이를수 있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섬겼던 無我的 삶과 체험속에서 우러나와 이웃에게 전달된 깊은 영성은 아름다운 시와 노래로도 표출, 방신부는 생전에 무수한「영가」(靈歌)와 주옥같은 교훈을 남겼다.
한국 순교복자수녀회가 방신부의 금경축을 기념80년 펴낸 문집「영혼의 빛」(김옥희 수녀 편)은 바로 방신부의 영성의 결정체라 말할 수 있다. 생전에 그를 만났던 사람들은 거의 모두 『그의 조용한 성품과 말씀에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가 편안함을 느낀다』고 회고, 침묵과 조용함 속에서도 환히 빛났던 그의 삶을 그대로 대변해 주고 있다.
장례미사 중 김추기경이 회고한대로 無我 방유룡신부는 신부는 사도들의 마음과 삶 속에 큰 발자국을 남기신 예수님처럼 한국교회에 큰 발자국을 남기고 조용히 하느님 품에 안긴 것이다.
<李潤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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