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교회 평신도들의 대부 현석호(사도요한)옹이 12월 2일 새벽 81세를 일기로 선종, 하느님 품에 안겼다. 현옹의 장례미사는 5일 오전 10시 명동 대성당에서 평소 그의 삶처럼 조촐하게, 그러나 엄숙하게 봉헌됐다. 김수환 추기경 주례로 교황대사 이반디아스대주교, 강우일 주교를 비롯, 20여명의 성직자들이 공동 집전한 이날 장례미사에는 6백여명의 신자 및 조객들이 참석, 한국교회 거목의 쓰러짐을 아쉬워하면서 애도와 기도 속에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김 추기경은 이날 장례미사 중 강론을 통해『이세상의 모든 지위와 권력을 버리고 하느님의 구원진리를 전하는데 헌신하신 고인은 복음을 위해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삼았고 복음 선교를 위해 모든 생을 송두리째 바치신 분』이라고 고인의 생 전기를 회고했다.
이어『고인은 민주당시절 내무, 국방장관을 지낸 사회유명인사로 존경을 받던 분』이라고 설명한 김 추기경은『5ㆍ16당시 국방장관으로 이를 막지 못한 책임감속에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고인은 영세입교 후 생명처럼 믿었던 복음을 한사람에게 라고 더 전하는 것이 소망이셨고 그 소망대로 살다가셨다』고 추모하고 하느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원했다.
이날 장례미사는 초대 서울 평합 회장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안에서 자리하고 있던 평신도원로로서의 위치에 비추어 평협장으로 준비가 됐으나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마련, 검소하고 조용하게 치러졌다. 장례미사 후 고별예식을 끝으로 고인의 유해는 세종로성당 묘지인 영복산에 안장됐다.
1907년 경북예천에서 출생한 현옹은 경성제대 법학과 졸업 전인 33년 고등시험 행정과에 합격하고 36년 전남 화수군수로 부임하면서 관직에 입문했다. 47년 남조선 과도정부 중앙경제위원회 경제기획관, 49년 남선 전기주식회사 부사장 등 관계요직을 거친 현옹은 54년 3대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한국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사사오입사건, 3건 개헌통화를 현장에서 목격한 그는 자유당을 탈당, 민주당으로 적을 옮겼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제2공화국당시, 국방부ㆍ내무부장관에서 다시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그는 속수무책으로 맞은 5ㆍ16으로 옥고를 치루고 정계와 인연을 끊고 만다.
하느님과의 만남, 제2의 삶은 옥중에서 탐독한 성경으로 시작됐다. 62년 12월에 영세, 가톨릭교회에 입문한 현옹은 믿음에의 길을 향해 쉴 사이 없이 달렸고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 일에 온전히 자신을 봉헌해왔다.
가톨릭 교리연구소를 설치, 신자 배출하는 일을 필생의 업으로 삼았던 당시, 현옹은 제2차 바티깐공의회와 더불어 밀어닥친 교회쇄신운동과 평신도사도직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꾸르실료ㆍMBW도일과 발전에 기초를 닦았던 현옹은 68년 서울 평협 초대회장을 역임하면서 공의회 정신에 입각한 평신도 사도직운동의 기름을 마련한 장본인.
76년 교황청으로부터 받은「성 그레고리오 교황 기사대장 훈장」은 한국 평신도들의 교육과 평신도운동을 통한 교회발전에 기여한 공적의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84년에 시작, 86년에 완간한「공의회 문헌해설전집」은 교회를 위해서라면 조금도 쉴 틈이 없었던 그가 한국교회에 남긴 또 하나의 선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가톨릭문화연구원 이사장직을 끝으로 매일의 삶을 그리스도와 함께 하려했던 현옹, 하느님 뜻에 따라 살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는 것을 최상의 가치관으로 삼았던 현옹, 그는 갔지만 그가 남긴 큰 발자취는 한국교회와 평신도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될 것으로 후배 평신도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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