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마음을 그렇게 먹은 것 같아요. 교도소 안에서 교화를 제대로 했으면 이런 비극적인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텐데…』
지난 54년부터 72년까지 서울구치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했던 고중열(베네딕또ㆍ58ㆍ화양동본당ㆍ現 종교음악연구소 근무)씨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탈주범사건」을 듣는 순간『그 젊은 목숨이 불쌍하다』는 생각과 함께『이번 사건으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이 많은 교도소직원들이 다치면 어떻게 하나 라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52년 교도관제1기로 출발, 4대째 내려오는 굳은 신앙을 바탕으로「올바른 교회만이 재소자들을 인간화시키는 지름길」이라는 신념하에 교도관생활을 마감한 고중열씨에게 이번 사건은 여러면에서「말 못할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는 인상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두운 단면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교도행정」과 관련, 『현실적으로 교도소 내에서 안전, 감시를 위주로 하는「보안과에 비해 교화, 선도를 펼치는「교무과」가 영향력이 약하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소 경색돼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는 고중열씨는 하지만『거의 24시간 근무와 박봉에 시달리고 있는 교도직원들의 애로도 십분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번 탈주범들이 모두 미결수라는 사실에서 드러났듯이 미결수들이 심리적으로 제일 불안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교도행정상 금지되어 있는「미결수들의 교화사업」도 시급히 해결되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월급을 털어서까지 교회서적을 구입해 재소자들의 교화에 헌신했던 고중열씨가 대부를 서준 재소자는 1천여명.
신앙을 통한 재소자들과의 진솔한 만남의 경험을 엮어 78년「서울구치소」란 수기를 쓰기도 했던 고중열씨는『재소자들을 깊숙이 만나보니 그들 역시 삶의 상처를 깊이 입은 불쌍한 사람들이었고 그 애절한 삶에 가슴이 찡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너희 중에 죄없는자가 이 여인을 돌로 쳐라」라는 성경 귀절을 되뇌이며 19년간 교도관생활을 보낸 고중열씨에 따르면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통한「신뢰 회복」.
하지만 교도관시절 경험대로 재소자들을 영세시키려고 해도 선뜻「대부」로 나서는 신자들이 없는 등 사랑을 외치는 교회조차 이들에게 무관심하기는 일반 사회와 별 다름이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교구 교도사목회 창립멤버이기도 한 고중열씨는 희생적인 봉사정신으로 교도사목을 펼쳐나갈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이번 사건의 여파가 큰 만큼 교도소감시가 더 엄격해지고 그에 따라 교화는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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