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오후 프로그램은 주로<불임증치료>에 관한 것이었는데 최근 여러 나라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체외수정과 부부간 또는 부부이외의 남자나 여자사이에 시행되는 인공수정기술들에 대한 신학적ㆍ철학적 견해, 그리고 실제 이런 기술실천에 관계되는 수정란 내지는 배아(胚兒)에 대한 실험조작의 의학윤리 문제가 다루어졌으며 배란법에 의한 불임치료에 관한 논문발표도 있었다. 체외수정이나 인공수정에 관한 우리교회의 견해는 몇 년 전 교황청 신앙교리 성성에서도 특별문헌으로 발표한바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주교회의 요청에 따라 필자가 이를 번역하여 87년 7월호<사목>지에 게재한 바도 있다. 이문헌은물론 인간생명이 부부간의 사랑과 영혼육체의 「일치된 전체성」(가정공동체11항)의 문제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일부 특별한경우의 부부간 인공수정을 제외한 모든 인공적 출산기술이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특히 이날 발표에 나선 산부인과의사「사이몬 매카프리」박사는 한 두 번의 임신을 성공시키기 위해 무수히 버려지는 수정란과 배아의 생명권 문제는 중대한 윤리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어서 22일 하루는 장애자 문제와 안락사, 그리고 임종환자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들이 소개되고 토론되었으며 23일은 자연가족계획방법의 이론과 실제, 특히 빌렁스 배란법의 과학성에관한 강의가 있었는데 이와 관련된 과학적 연구들로 유명한 스웨덴「우메아」대학 생의학과「에릭ㆍ오데블라드」교수와 멜번대학 산부연과의 「제임스 브라운」교수의 강의는 참석자들로부터 대단한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그것은 아마도 이 회의 참석자들 대부분이 각국에서 자연가족계획방법을 직접 보급하는 지도자들이거나 이 방법의 과학성과 피임효과에 대해 늘 궁금해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성직자 및 수도자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데블라드」교수가 임신과 관련이 있는 여성의 자궁점액전문가 라면「브라운」교수는 특히 배란과 관련된 여성호르몬 전문가이다
임신연령에 도달한 여성들은 한 달에 한번 복강내 난소로부터 배란을 하며 이렇게 배란된 난자는 12시간에서 24시간 안에 남성의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그대로 나팔관속에서 흡수되고 마는데 이처럼 매달 정기적으로 배란을 일으키는 것이 여성의 호르몬이며 이렇게 배란된 난자를 정자가 잘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궁점액이다.
그러므로 이런 점액증상과 호르몬변화를 확실히 이해하고 이런 자연적 변화에 따라 부부가 함께 협조하고 조금씩만 노력하면 임신과 피임을 마음대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 자연가족계획방법의 원리이기 때문에 이들 두 가지 호르몬과 점액의 작용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이를 이용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세상 모든 부부들에게 스승이여 어머니인 교회(가정공동체33항)가 부부들을 올바로 돌보고 격려해야하는 책임에서 가톨릭과학자들과 의사들에게 이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지도를 하도록 간곡히 권고해온 것은(인간생명회칙24, 27항)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인 것이다.
세미나 마지막 날인 24일에는 그동안 강의를 해준 강사들과 함께 전체토의를 가진 다음 6가지결의문을 채택하고 6일간의 세미나를 폐회했는데 이 결의문에서는 <인간생명>회칙 정신과, 가정이 사회의 기본단위로서 그 역할을 다해야한다는 사실, 그리고 부모가 가정 안에서 첫 번째 교사라는 사실 등을 재천명하고 인공수정이나 체외 수정시 수정란을 시험도구로 사용하는 일과, 안락사에 대한 입법반대 등을 결의하고 교황님의 특별 메시지에 대한 전체참가자들의 감사한마음도 여기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어서 오후 3시 30분부터 부근 성심성당에서 가진 감사미사는 교황청「개그뇽」추기경님의 집전으로 행해졌는데 두시간반에 걸친 영어와 라틴말 장엄미사 중에 모든 사람이 깊은 감동과 큰 기쁨을 맛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날 모처럼 오후반나절을 쉰 우리 일행은 다음날인 25일부터 29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 자연가족계획 지도자훈련 워크샵에 참가를 했는데 이 닷새간의 워크샵은 오전 전반부 공동관심사에 대한 전체강의를 가진 다음 각각 그룹별로강의와 토론을 갖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워크샵에서 우리나라 참가자들은 우리들끼리 만으로 한 그룹을 형성해서 배란법의 각종규칙과 기록표작성, 그리고 특수한 상황, 예컨대 수유기가 폐경전기, 그리고 피임약이나 자궁 내 장치를 끊고 난 뒤의 점액관찰에 관한 공부를 했는데 다행히 우리 그룹을 자청해서 지도한 호주의「조벨」여사는 80년대 초 5년간 제주도 이시돌 목장에 와서 수의사로 봉사했던 일이 있는 분이어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는 행운도 누린 셈이다. 위크샵 기간 중 오전 강의내용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끈 것은 지난 10여년간 멜번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고 있는 「크리스찬 성교육프로그램」이었다.
성과 책임에 관한 강의와 시청각교재, 그리고 그룹토의를 적절히 배합하여 약 다섯 번 모임을 갖는 이 성교육프로그램은 내용상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으나 시간적인 여유와 이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운영 등이 앞으로 본받을 만한일로 여겨졌다.
워크샵 마지막 날인 29일 아침 전체 모임에서는 멜번 교구에서 혼전교육프로그램을 맡아 지도하고 있는「케빈 앤드류」부부로부터의 「혼전교육」에 대한강의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자연가족계획센터「한나 크라우스」수녀의사의 「배란법 지도에서 얻는 보람」에 관한 강의가 있었다.
특히 혼전교육에 대해서는 이론적인 내용의 강의보다 그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성분제와 가족계획방법지도를 통해서 부부사랑과 책임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다는 것이 앤드류 부부의 경험적 견해로서 비슷한 경험을 가진 많은 참석자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도 했다.
총 12일간의 강행군 회의를 마치면서 얻은 한 가지 중요한 결론-그것은 불을 보듯 확실한 현대가정들의 여러 가지 위기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늘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며 그것은 아마도 세계 안에 활동하시는 그리스도의 구원의 징표들(가정공동체 6항)이 주는 현대세계(가정)의 밝은 면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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