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삼왕내조(마태2장1~12)
루가는 예수의 탄생을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토가 온 천하에 호구조사령을 내렸을 때와 맞추어 기술하였는데 마태오는 헤로데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나셨다고하였다.
헤로데는 유대아의 땅을 다스리면서 대왕이라는 거창한 명칭을 가졌지만 유대아는 로마인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미미한 지방이었고 로마정부의 임명을 받아 그 지방을 다스리고 있던 소왕이었다. 그는 속임수에 능하였고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기원전 4년에 죽었으니 예수께서 태어나신 해는 적어도 그이전일 것이다.
모든 예언자들이 그토록 예언하였고 모든 백성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구세주가 탄생했을 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고 그 백성들은 그에게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다(요한1장10~11).
세상 사람들 중에 그의 탄생을 제일 먼저 환영한 것은 목동들이었다. 이제 마태오는 이교도들의 대표들로 하여금 그를 경배토록 한다. 동방에서현자들이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성서에서도「마지」라고 했는데 마지는 페르샤에서 무엇이든 모르는 일이 있으면 이들이 설명해 주는 일종의 현자 또는 박사들이다. 그들은 특히 천체의 움직임과 인간의 운명을 잘 해석해주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그들은 사람을 알아보는 도사들이었다.
(영어 마지션 즉 마술사란 말이 여기서 왔다)초대교부 떼르뚤리아누스는 왕들이라고 했고 그 후부터 시편72장10~11절: 다르싯과 섬나라임금들이 조공을 바치고 세바와 스바의 왕들이 예물을 바치며 만왕이 다 그 앞에 엎드리고 만백성이 그를 섬기게 되리라고 한 귀 절을 이들 마지에 빗대어 전통적으로 왕들이라고 했다. 그들이 몇 명이었는지 알 수가 없지만 교부오리게네스는 세 사람이라고 하였다. 세 가지 예물에서 이수가 나온 것이다.
그 후부터 오늘날까지 이 사건을 기념하는 축일을 삼왕내조(三王來朝)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을 6세기경부터 가스팔, 멜키올, 발타살이라고 불렀다. 그들이 예수아기를 경배하는 그림이 가다꼼바에 있는 것으로 보아 초생교회 때부터 삼왕내조가 숭경을 받은 것이 확실하다. 하여튼 이 이방인들은 예수그리스도를 찾아 헤맨 첫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예루살렘으로 와서 유대아인의 왕으로 나신 분을 찾았을 때 그 도읍사람들은 온통 술렁거렸고 이 말을 들은 헤로데왕은 당황하였다고 한다. 예루살렘에는 성서에 정통한 율법학자들이 우글거렸다. 그들은 언젠가는 메시아가 나실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유다족이 아닌 에돔족에 속한 헤로데였지만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성서로 사는 이 율법학자들은 동방의 손님들이 새로 나신 왕을 찾았을 때 반기기는커녕 몹시 불안하였다. 헤로데왕의 정치적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왕은 보통 왕궁에서 나는데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 왕이 났다는 말을 듣고 헤로데는 왜 당황했을까. 그는 왕권노이로제에 걸려서 자기외의 다른왕이란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몹시 불편했던 것이다. 그는 왕궁에서 났건 마구간에서 났건 하여튼 왕자가 붙은 사람은 자기 외에 없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이방인들은 유대아의 왕이 어딘가에 나셨다는 확신을 가지고 이곳까지 찾아왔고 그 왕을 더 잘 알고 그에게 합당한 경배를 드리려고 하였던 것이다. 당시의 대국 페르샤의 현자들이었으며 당시의 대민족 아라비아인들인 이들이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 유대아의 왕이 뭐 그리 대스러워서 그 먼 길을 찾아왔을까. 그들은 하늘의 표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릴 때 무식한 목동들에게는 하늘의 천사가 직접 알려주었고 이방인 철학자들에게는 그들의 능력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늘의 별로써 알려준 것이다. 교활한 폭군 헤로데는 그 현자들을 불러서 새로 났다는 왕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 장소를 찾거든 자기에게 알려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자기도 경배하러가겠다는 것이었다. 이때 그 폭군은 그 왕이라는 아기를 죽여버릴 작정을 하고 있었다. 베들레헴은 예루살렘에서 약 11㎞밖에 되지 않는다. 헤로데가 참말로 새로 난 왕을 자기 경쟁자로 생각했다면 첩자로 하여금 현자의 뒤를 밟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기 꾀를 믿고 방심한 실수였을까 아니면 사실 그런 왕의 탄생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여튼 아기예수는 자기 동족들은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먼데서온 이방인 현자들의 배례를 받았다. 그 현자들이 새로 나신 왕을 발견 했을 때 그 아기는 가난한 어머니와 함께 허름한 헛간에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 아이에게 엎드려 배례를 드렸고 대왕을 배알할 때 드리는 예물을 드렸다.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었다. 황금은 왕의 표시이고 유향은 하느님을 경배하는 표시이며 몰약은 사람이 죽으면 그 시체에 바르는 향표로서 인간임을 표시하는 선물이다. 앞으로 만백성이 예수 그리스도를 찾아올 것인데 이제는 하늘의 별을 표지로 삼지 않고 마음속에 촉촉이 내리는 은총에 이끌리어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황금이 아닌 이웃 사랑의 희생을 그분께 예물로 드릴 것이다. 현자들은 왕부탁보다도 하느님의 지시를 더 중요시하여 자기양심대로 다른 길로 해서 고향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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