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물설은 극동의 조용한나라 조선 땅을 밟은 지어언 반세기. 일제 치하에 신음하는 한 국민들과 한국교회를 위채 꽃다운 청춘을 불사르며 이 땅에 주님의 복된 말씀을 전파했던 벽안의 독일인수녀 4명이 제2의 조국인 한국에서 급 경축을 맞았다. 대구포교 성 베네딕또 수녀회 소속 옵타다ㆍ벨트비나ㆍ디오메데스ㆍ에나타 수녀.
그 곱던 얼굴들이 어느덧 주름살 잡힌 노안으로 변해버린 7순의 수녀들이지만 그들의 가슴속엔 일제의 혹독한 박해를 이기고 감격의 해방을 맞았던 그 순간과, 6ㆍ25의 처절했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산군들에게 피납 돼「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숱한 고초들. 휴전과 함께 강제로 본국에 송환된 후 다시 한국 땅을 찾아왔던 길고긴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뜨겁게 와 닿는다.
1937년경 한국에 입국한 수녀들은 월산ㆍ함흥회령등지서 신자들을 돌보던 중 6ㆍ25를 맞았다. 49년 공산군에게 끌려가 86일간 옥고를 치룬 이들은 강계「옥사독」강제수용소에서 6여년간 죽음의 나날을 보냈다. 휴전이 되자 54년 사이에 다시 한국 땅으로 되돌아왔다. 이들 중 3명의 수녀는 한국 땅에서 자신의 수녀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바치기로 서원했고 한명은 서원 직후 내한했던 만큼 그들의 수도생활은 한국교회와 한국국민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도 없다.
의사로서, 간호원으로서, 수녀로서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며 살아온 수녀들의 활동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한국교회 발전에 거름이 되어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했다.
지난 6월 28일 오전 11시 대구시복구 사수동 대구 포교 성 베네딕또 수녀원 성당에서 베네딕또회 이덕근 아빠스 주례로 봉헌된 이들 4명 수녀의 서원 50주년 축하미사에는 베네딕또회ㆍ대구ㆍ안동ㆍ부산교구 신부 30여명과 서울ㆍ부산ㆍ성주 등 전국에서 찾아온 신자ㆍ수도자 특히 원산ㆍ합흥 등 이북출신 신자 등 4백여명의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이날 축하미사 중 베네딕또회 지에른스트 신부는 강론을 통해『이북 공산당 밑에서 4년간, 감옥ㆍ강제수용소생활을 극복한 네 분 수녀님은「살아있는 순교자』라고 칭송하고『50년 동안 수도서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인자하신 천주님의 은총』이라며 금경축을 맞은 수녀들의 용맹한 삶을 우리 모두 본받자고 강조했다.
숨은 봉사자로 소개하기위해 찾아간 방송국ㆍ신문사 기자들에게『인터뷰할 시간에 환자를 더 돌보고 봉사하겠다』며 취재를 거부했던 이들 4명 수녀들의 50년 삶을 요약해 본다.
◇옵타다(Optata Mfullerㆍ한국명 민정결)수녀=1913년 11월 16일생. 38년 4월 27일 독일 롯찡모원서 서원. 38년 6월 20일 내한 희령분 원장으로 재직 중 1949년 5월 10일 공산당에 피납 86일간 감방 생활 후 6년여 동안 독일인 신부ㆍ수녀들과 함께 옥사동강제수용소생활 강제수용소주방책임자로 굶주리는 수도가족들에게 식사제공. 54년 본국 송환 57년 12월 3일 재입국 후 부원장ㆍ서울동숭동분원장ㆍ성남분원장ㆍ파티마병원 청소관리ㆍ공군 K2 군인성당담당. 현재 대구수녀원거주.
◇벨트비나 (Bertiwina Caesar 한국명 채인숙)수녀=1914년 8월 12일생ㆍ37년 한국으로 입국ㆍ38년 6월 29일 원산서 서원, 수련원 지도수녀로 예비수녀교육담당ㆍ원산본원부원장ㆍ합흥분원장ㆍ4년여 동안 옥사독 강제수용소 생활 후 54년 본국송환 58년 7월 25일재입국. 수련언부원장ㆍ연화동 결핵요양원초대원장ㆍ합창지역 극빈자 장학사업 및 자활에 힘씀. 현재 대구수녀원서 외국온인들게 편지로 한국 결핵 환자돕기 호소.
◇디오메데스(DiomedesMeffert한국명없음)수녀=1909년 4월 10일생. 37년 내한, 38년 6월29일 원산서 첫 서원 함흥분원「성심병원」원장으로 가난 후 환자들보기에 주력. 이후북한전역에「하늘이 낸 명의」로 칭송받음. 6ㆍ25때 옥사독 강제수용소생활 중 의료기구ㆍ약이 없어 죽어가는 동료수도자를 지켜보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눈으로 맛사지하며 2명을 살려냄 58년 5월 23일 재입국 후 파티마의원 산부인과ㆍ피부과ㆍ내과담당 현재 가톨릭병원 성주분원서 나환우ㆍ지역주민의 의사로 활동 중.
◇에나타(Enatha Metzegr)수녀=1910년 3월 3일생. 37년 수련수녀로 한국부임. 38년 6월 29일 원산본원 첫 서원 후 간호원으로 봉사. 6ㆍ25중 옥사독 강제수용소에서는 주방일과 밭일을 하며 4년여 동안 혹독한 고초 겪음. 54년 본국송환 59년 12월 8일 재입국 후 파티마병원 간호원으로 일함. 이때 환자들로부터 천사 같은 간호활동으로『에나타 수녀 얼굴만 봐도 병이 낫는다』는 말을 듣기도. 현재 대구가톨릭병원 성주분원에서 디오메데스 수녀와 함께 간호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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