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을 기다리고 있는 저의 사제서품 50주년을 여러 주교님들과 신부님, 수도자 교형자매님들께서 이렇게 거교구적으로 축하해주시니 감사 감사 또 감사할 뿐입니다.
먼저, 함께 금경축을 맞은 박동준 신부님에 대해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부님의 첫 임지가 거창본당이었습니다. 부임하시자 곧 성당을 신축해야 했으나 기금이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신부님은 즉시 부모님께 유산으로 받은 논 다섯 마지기를 몽땅 팔아 성전건축에 쏟아 넣었습니다. 이런 희생이야말로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요. 신부님은 일생을 병으로 고생하시면서 그 아픔을 교회를 위해 희생으로 바쳤고, 또 바치고 계십니다. 신부님은 오늘도 생활비를 절약하여 외방선교수녀회, 군종후원회, 교도소후원회와 기타 자선후원회 5~6곳에 매달 만원씩 보내고 계십니다. 이렇게 교회를 위한 마음, 일생을 변치 않고 똑같습니다. 오늘도 병중에 누워계시면서 교회를 염려하고 계시며, 침대에 계시면서도 가끔 뼈있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 하나로, 저를 보고 하는 말씀이『최 주교님, 주교 되어 축하를 받으니 영광스럽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주교직이 최 주교 것인 줄 압니까, 주교 것이 아니라 교회의 것입니다. 교회의 공적인 직함입니다. 주교직이나 사제직을 우리가 제 것인 줄 알고 덤비다가는 외람된 말씀이오나 천벌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영광은 교회에 돌리고 오직 감사드리며 조심성 있게 봉직해야지요.』참으로 지당한 말씀입니다. 진실 된 말씀입니다. 일생을 두고두고 생각해야할 말씀입니다.
존경하올 교형자매여러분, 사제생활 50년, 거기에 신학생생활 12년을 보태어 60여년 과거를 되돌아보니 그 과거가 가물가물 합니다. 그동안 하느님의 은혜, 성모님의 은혜, 교회의 은혜, 교형자매님들의 은혜 수 없이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교회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성직반열에 올랐고 어떻게 오늘의 영광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부산에 오기 전에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드러난 은혜를 많이 받았고, 부산에 온 후로는 더욱 더 하느님과 성모님과 성도들의 은혜를 너무도 많이 받았고 또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차 아무 준비 없이 시작한 사업도내 나름대로 성심껏 기도하여 일한 결과 좋은 성공의 은혜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 사제생활 50년이 기쁘기만 하고 영광스럽기만 합니다. 주님 내게 주신 이 모든 은혜 무엇으로 갚사오리! 그저 감사합니다라고 외칠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무슨 식 무슨 식전 하면, 허례허식이 대부분이고 사소한 무엇을 큰 무엇인 듯 부품하게 떠드는 사례가 예외는 아니지요. 저의 금경축이 마치 그럴듯한 어떤 존재의 무엇인 듯 하지만 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슨 축하 받을만한 무엇이 있다면 이는 낱낱이 하느님께 드리고 교회에 돌릴 뿐입니다. 왜냐하면 성직은 나의 것이 아니고 교회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가면가식을 떠나 겸사도 아닌 사실 그대로 몇 가지를 들어 감사드리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첫째, 부산교구 초대 책임자였던 저로서 오늘 부산교구가 크게 발전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볼 때 기쁘고 축하하고 싶습니다. 부산교구사제단, 수도자 남녀성도들 전체가 일치하고, 교구발전에 주력하여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모습에 마음껏 축하하고 싶습니다. 많은 성직자, 수도자, 성소자, 성도들의 활동단체, 젊은이들의 교육과 영성면 등의 내적충실과 매년3~4개소 성당신축, 부지구입 등 계획 그대로의 실천 등의 외적신장으로 눈부신 교세신장에 마음껏 축하하고 싶습니다.
둘째, 저는 현재 너무도 많은 하느님의 축복과 여러분의 은혜를 받고 있습니다. 보십시오. 좋은 집에, 교구에서 주는 넉넉한 생활비로 만족한 생활을 하며 병들면 즉시 병원에서 알뜰한 치료를 해줄 것이고, 신도들의 대우며 마지막으로 죽으면 꽁꽁 잘 묻어 주실 것이니 이 이상 더 무엇을 바랄 것이며 더 무엇을 줄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한 가지 주제넘게 말하고 싶은 것은, 얼마 후 내 죽은 뒤에 시체담은 관을 보고 이러쿵저러쿵 허례허식에 찬 치사의 고별조사를 하지 말고 그 시간에 기도해 주십시오. 찬양의 조사는 저주일 뿐입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이렇게 저는 많은 은혜를 성도들한테서 받았고, 또 받고 있습니다. 누가 나보다 더 행복하겠습니까. 세상에 제일 편합니다. 이 모두가 성도들의 은혜입니다. 우리 교우들의 피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는 사실 그대로입니다. 이 어찌 감사드리지 않을 것입니까.
셋째, 제가 부산에 15년간 재직했습니다. 그동안 성도들로 부터 무수한 은혜를 받았습니다. 보십시오, 제가 부산에 올 때 가지고 온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몸만 왔습니다. 다만 대구교구에서 분리 된 새 교구라 하여 미화 5천불을 준다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3천불만 받았고 아직도 2천불은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 보면 맨손으로 왔을 뿐이지 갖고 온 것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갖고 왔다면 내 손에 묵주를 쥐고 기도드리면서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때 우리 교우들도 빈약했습니다. 성당하나 지을 엄두도 못 냈습니다. 거기에 이미 진 빚이 상당했습니다. (데레사 학교에 2만불을 그때 큰돈)할 일이 수 없이 많았습니다. 아무런 대책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도드리기로 했고 특히 성모님께 묵주신공으로 애소했습니다. 그러나 나 혼자 매일 15단을 드린다 해도 1년에 약 1천 꾸러미 뿐 입니다. 이것은 너무 적다. 이래서는 아무 일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교구민전체에게 매괴신공 10만 꾸러미 운동을, 또 1백만 꾸러미 운동을 했지요. 그랬더니 10만은 수십만으로, 1백만은 수백만으로 되었고, 그뿐 아니라 수십만의 희생과 기도 선물을 내게 갖고 왔읍니다. 그래서 교구설정 10주년 기념 때(1967년) 모든 성도들과 함께 매괴신공 6백만 꾸러미(3천만단)와 그 외 수많은 기도와 희행, 선물과 함께 부산교구를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께 바치고 로사리오 축일(10월 7일)을 교구수호자축일로 삼았습니다.
이렇게 교구민 전체가 성모님께 애원한 결과 제가재직당시 새 성당 36개를 낙성했습니다. 이는 하느님이 성모님께 대한 성도들의 신심을 보시고 부산교구에 주신 막대한 은혜입니다. 이런 은혜는 그 당시 미국서 보내준 구호물자의 덕도 함께 지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감사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부산을 떠날 때 또 성당 36개를 지을 만한 준비를 해 놓고 떠났습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기적 같은 은혜라 믿습니다. 기적이 아니고서야 맨손으로 시작한 부산교구에 이런 축복치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는 모두교우들의 열성과 성모님께 대한 신심으로 받은 기적 같은 은혜입니다. 그리고 우리 교우님들은 열심 했고 성모님께 대한 신심활동도 열성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많고 큰 은혜의 선물을 교구책임자인 저에게 갖고 왔고 저는 받았습니다. 이렇게도 귀중한 많은 선물, 이렇게도 값진 많은 은혜를 제가 받았습니다. 그렇컨만 제가 부덕하고 못되고 성질이 나빠서 많은 분들의 가슴에 상처를 입혔고 반대 비난의 인사들도 많았습니다. 최후, 바른 심판이야 하느님이 하시겠지만 현직에서 떠나야하는 모진매도 맞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랑의 매가 아니였던가, 혹은 다른 도구로 쓰실 계획은 아니였던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튼 감사드리고 오늘이 자리를 빌어서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하고 용서를 빕니다. 단 덧붙이고 싶은 것은 저의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사과하는 뜻으로 매일에도 수차(아침ㆍ저녁기도ㆍ미사 때ㆍ조배 때ㆍ기도 때)나 때문에 영혼 육신에 손해 본 이들, 내사 섭섭히 해드린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내게 고맙게 해주시고 은혜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염려해주신 모든 이들에게 많은 축복을, 또 저를 주교라 하여 무슨 특별한 사람인 듯이 내게 기도 청하고 도움을 청하고 희망을 걸고 부탁한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과 성모님의 축복을 매일매일 수차 빕니다. 그 외에도 내 나름대로 기도하며 일하고 남은여생을 잘살아 보려고 애쓰며 무위도식 아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넷째, 여러분이 나에게 마지막으로 주신 큰 은혜 하나, 저의 일생 마지막 사업이고 교구사업인 한국의방선교수녀회 성공을 위해 교구민 전체가 사제단과 함께 거교구적으로 후원회원을 최대한 최선을 다하여 많이 모집하여 저에게 선물로 주신 다는데, 이는 큰 선물이고 가장 보람된 선물이고 내게 극히 필요한 선물입니다.
사실 한국 외방선교수녀회 성공을 위해 내 나름대로 무척 힘써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의 희생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 사업은 한국교회가 과거에 수없이 많이 받은 은혜에 대한 답례로, 동시에 세계 복음화에 대한 능동적 참여로 꼭 해야 할 사업입니다. 또 로마 교황청과 세계교회가 크게 기대하는 사업입니다. 이를 위해 1만여명 혹은 2만여명의 교형 자매님들이 후원회원이 되신다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아니 성공입니다. 단 공수표만 아니라면 이렇게 오늘도 저에게 큰 선물을 주시니 감사 감사할 뿐입니다.
이렇게 저는 일생 받기만 했고,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 교우님들의 덕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성도들의 피, 땀입니다. 저에게도 무슨 공적이 있다면 일생 교회를 위해 내 나름대로 기도하며 일하며 알뜰히 한다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늘 비는 바는『주님 어떤 십자가도 주십시오. 하지만 성공만은 꼭 주십시오.』하고 빕니다.
끝으로 주님께 빌고 성모님께 청하는 바는 우리 부산교구 성도들과 저의 사업을 협조해 주셨고, 협조하시는 모든 성도들 모두 함께 마지막에 주님을 뵈옵고 성모와 함께 영원히 살게 하소서하소 주님의 이름과 성모님과 우리 순교자들의 공적에 의뢰하고 빕니다. 감사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