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은 팔방 미인돼야 합니다. 웬만한 목수 미장이일은 거뜬히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책상에 앉아 펜대 놀리는 일도 잘해야지요』
지난 20여년간 대구 범어본당(주임ㆍ김옥수 신부)에서 본당신부의 오른팔 역할을 담당, 본당내의 온갖 어려운 일들을 처리해왔던 사무장 이종태씨(요한ㆍ57)가 정년퇴임하면서 남긴 말이다.
사실 4~5천명 이상씩 되는 대도시 본당의 사무장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수천명의 교적정리서부터 유리창 같아 끼우는 자질구레한 일에 이르기까지 신경을 안쓰는 곳이 거의 없다.
사무원을 따로 두는 경우 어느정도 일손이 덜어지지만 책임지고 성당을 관리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씨가 처음 범어 본당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65년경 본당 교적정리를 도와준 것이 계기가됐다. 그때부터 작년 12월말까지 20여년간 동본당에서 일해온 것.
그동안의 하고많은 일들 중 가장 기억해 남는 것은 염하는 일이었다고 이씨는 전한다. 70년대초까지만 해도 본당 내 연령회가 없던 관계로 신자가 사망하면 이씨와 회장 등 몇 명이서 염을 도말다시피 했다. 특히 외교인이 사망한 경우 이씨는 자청한 경우도 많았다. 귀중한 전교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떄문이었다.
『내가 직접 대세를 주고 신자들이 몇 명 와서 연도를 바치면 천주교를 전혀 모르던 가족들도 기도내용과 죽은 사람의 영혼의 안식을 위한 신자들의 지극한 정성에 감동하여 대부분 입교하게 된다』며 상가돌보기가 훌륭한 전교방법중 하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간 이씨가 대세를 주고 염한 사람은 줄잡아 3백여명.
본당 사무장이 과중한 업무와 잡무에 시달리다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되고 따라서 교우들을 대하는 태도가 자칫 딱딱해지기 쉽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간혹 본당 내「제2인자」로 자처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이씨는 『사무장은 신자들의「종」이라고 스스로 생각지 않으면 기쁜 표정으로 신자들을 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부 사무장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우려했다.
『최근 들어 본당신부의 인사이동에 따라 사무장도 함께 옮기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 이씨는 『이 경우 본당신부와 보조를 잘 맞출 수 있는 잇점도 있으나 사무장의 교체로 인해 본당업무의 혼선내지는 비능률화가 문제시되며 나아가 전임 사무장의 실직문제까지도 심각하게 거론되고 있다』며 본당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무장의 처우개선과 신분보장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사무장에서 물러난 이씨는 현재 성 프란치스꼬 꼰벤뚜알수도원 건물과 범어본당건물의 관리를 담당할 사람이 올 때까지 당분간 말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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