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발로 걷는 인생이지만 결코 두렵거나 외롭지 않다.
자애롭고도 따스한 예수님의 사랑속에서, 자신을 온통 몰입시킬 수 있는 파이프오르간의 화려한 음색과 그녀의 방문을 애타게 기다리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언제나 함께 하고 있기때문이다.
서울 대치동본당 한정숙(끌라라ㆍ51세)씨. 지난 82년 골수암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지만 삶에 대한 절실한 사랑과 지칠줄 모른는 의욕은 정상인도 연주하기 힘든 파이프오르간 연주자로서 하느님안에서 봉사하는 새로운 기쁨을 맛보게 했다.
한쪽다리로 32개의 풀페달을 밟으며 신들린듯 파이프오르간을 연주하는 한씨의 모습에서 어느 한군데서도 그늘이란곤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명동과 대치동본당에서 반주자로 활동하고있는 한정숙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원주교구 용소막성당을 어김없이 찾아 시골본당 신자와의 나눔의 시간을 갖는다.
반주자는 커녕 변변한 오르간조차 제대로 마련하기 힘든 시골본당의 사정을 전해들은 한씨는 매주 용서막본당을 방문, 성가반주로 미사전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정숙씨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후 15년간 중ㆍ고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쳐 왔으며 퇴직후에도 음악학원을 운영, 피아노는 자신의 일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82년 봄 무릎이 심하게 아파 진찰한 결과 골수 암이란 진단을 받았으며 급기야 한쪽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처절한 아픔을 겪어야만했다.
무엇보다도 한씨를 절망케한 것은 이제 다시는 오르간을 치지못하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두차례에 걸친 대수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한 한정숙씨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무서운 고통과 싸우며 삶의 새 의미를 찾기시작했다.
고통이 서서히 사라져갈 무렵 한씨는 또다시 오르간을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85년 11월부터 발로하는 연주라 일컫는 파이프오르간을 배우기 시작,현실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비록 완벽하진 못하나 파이프오르간을 치기 시작하면서 한씨의 삶은 음악과 더불어 봉사하는 생활로 이어졌다.
힘겨운 의족훈련이 끝나자 곧바로 원주교구 함백 성당을 찾아 성가 반주봉사를 했으며 84년 성탄부터는 용소막성당을 방문하고있다.
그러나 이처럼 하반신불구의 아픔을 딛고 새생활을 살아가는 한씨에게 또 다른 불행이 닥쳤다.
85년 5월 남편과 함께 용소막성당에 가는 길에 대형 트럭과 충돌, 오른쪽 팔을 심하게 다쳐 재활 불능의 진단을 받았다.결코 오르간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병상에서도 간절히 기도했으며 의료진의 노력으로 몇개월후 팔은 거의 정상기능을 되찾았다.
『팔이 완치된후 반주자 석에 다시 앉았을때 눈물이 앞을 가렸읍니다.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이었지요.다시는 오르간을 치지 못할줄 알았어요』
한씨는 두번씩이나 죽을고비를 넘긴 사람같지 않게 환하게 웃는다.
『항상 배우는 자세로 살아가면 삶이 결코 지루하지 않아요.언제나 기쁨속에서 새로운것을 접하는 환희를 느껴요』
특히 시골신자들과의 더욱 진한 나눔을 원하는 한씨는 용소막성당 부근에 자그마한 집을 한채 마련,주일학교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피아노 교습을 실시하면서 시골아이들에게 정서를 키워주고 있다.
시내에서는 횔체어에 의지해서 생활하지만 나들이할때는 의족을 사용하는 한씨는『살아갈수록 한쪽 다리가 없는 불편함을 점점 실감한다』며『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의 몫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것에 깊이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불편한 몸으로 매주 찾아오는 한끌라라씨에게 무어라 고마움을 표현할길이 없다』는 용소막본당 주임 김태원시부는『그녀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삶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면서 『주말이 되면 신자들 모두가 그녀를 기다리지만 특히 시골에서 접하기힘든 피아노를 배우는 어린이들의 기쁨은 대단하다』고 일러준다.
부군 허봉씨와의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는 한정숙씨는 가족들의 따듯한 사랑에 감사하며 비록 의족과 복발에 의지해야 하지만 자신이 필요한 곳이면 어느곳에나 달려갈 자세를 가다듬으면서 새해아침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르간 연습에 열중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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