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닥거리는 타자를 치고 있노라면 그 경쾌한 음에 어느 듯 근심 걱정도 사라지고 제 자신이 날 때부터 빛 한줄기 제대로 못 본 맹인이라는 사실을 깜빡 잊곤해요』
지난 11월 5일 한국 라이온스클럽이 주최한「제24회 전국 맹인글타자 경진대회」에서 영예의 1등을 수상한 가톨릭맹인선교회 소속 정예진(32ㆍ마리아)씨의 소감이다.
여중 1학년부터 한글 타자기에 손을 댄 정예진씨는 이번 대회에 일반부로 출전,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가산점도 받지 못한 불리한 조건과 오타 하나에 25타씩 삭감하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도 침착하게 기량을 발휘, 난생 처음 1등상을 받는 기쁨을 앉았다.
『시합 도중 타자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오타가 찍혔다고 느껴질 때마다 가슴이 뛰고 손이 떨렸다』는 그녀는『활판이 끼어 움직이지 않는 타자기를 더듬더듬 만지면 고치는 순간마다 자신이 맹인이라는 의식이 짜릿 짜릿 다가왔다』며 경기 순간을 회상한다.
사실 정례진씨는 타자보다는 피아노를 더 잘치고 피아노보다는 노래를 더 잘하는 가수로 소문나 있다. 가톨릭맹인선교회「빛들 선교찬미단」오르간 반주를 맡고 있는 그녀의 유일한 꿈은 복음성가 가수가 되어 슬퍼하고 병든 이들을 찾아 위로의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다 『이 세상이 제가 상상하고 있는 것보다 아름다울까요?』라고 반문하는 정예진씨는 개안수술조차 불가능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점자책 교정 및 녹음테이프 제작을 도와 다른 맹인들의「눈」이 될 것을 다짐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