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년 안동교구장에 취임하고서부터 한국인 주교에게 교구장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21년동안 4차례에 걸친 간절한 청원끝에 10월 31일 드디어 그 소망을 이룬 전임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
1920년 프랑스 오르레앙시에서 출생한 두봉 주교는 53년 빠리외방전교회 소속 사제로 서품, 이듬해인 54년 한국땅에 첫발을 디뎠다.
한국땅에서 신부로 15년, 주교로 21년간 선교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두봉 주교는 대전교구에서 봉직하다가 빠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으로 재직 중 안동교구장에 임명됐다.
두봉 주교는 경북북부 산간지역에 위치, 지역민 대다수가 농민으로 구성된 농촌교구인 안동교구를 21년간 이끌어 오면서 농민운동 도입ㆍ농민회관 설립과 함께 한때 농민사목부를 운영하면서 한국 교회농민사목의 대부로 큰 족적을 남겼다.
또한 두봉 주교는 본당ㆍ공소의 잦은 방문으로 교구민의 생활상황을 늘 일일이 파악, 아무런 권위의식 없이 모든 교구민과 한몸이 되는 사목자세로 일관해오면서, 교구 참사회와 본당사목협의회의 활성화와 민주적인 운영을 통해 교구의 제반문제를 토의ㆍ결정, 교회행정의 민주화를 도모해 왔다.
두봉 주교는 이영길 신부를 프랑스에 파견하고 월남교회 원조, 중국ㆍ만주 등지의 화룡본당과 자매결연을 맺고 도울방안을 찾음으로써 가난하고 작은 공동체에서도 나누고 주는 교회모습을 구현해왔다.
이와함께 두봉 주교는 안동문화회관ㆍ상지전문대학ㆍ다미안의원ㆍ양로원ㆍ각종 장애자 재활기관 등 문화복지시설을 건립, 후원하고 각종 지역모임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지역민과의 교류와 유대강화를 도모, 지역사회에 열린 교회상을 심는 데에 온 정성을 바쳐왔다.
12월 2일로 예정되고 있는 교구장 이임을 앞두고 안동교구청 교구장 집무실에서 11월 3일 오후 두봉 주교를 만나보았다.
- 21년만에 소망을 이루시게 되었는데 그 소감은 어떠신지요.
▲한마디로「사임」이 아니고「이임」일 따름입니다. 방인교구장과 사제를 양성, 방인성직자들이 사복하는 자치교회를 만드는 것이 빠리외전의 선교적 기본정신입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교회의 역사를 잘 살펴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기때문에 안동교구에 한국인 교구장주교가 탄생, 제가 그 자리를 물려주게 된 것은「본래 목적」이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이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영전의 축하를 해야할지 좌천의 위로를 해야할지 당황하고 있는 것 같은데…(웃음). 하여튼 저의 소망대로 한국인 주교에게 교구장직을 인계할 수 있게 되어 하느님께서 감사드립니다.
- 주교님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다른 목적이 있어 교구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결정한 것은 없어요. 다른 주교님들을 비롯 주위 사람들과 상의해서 한국교회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맡아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으로는 제가 안동에 계속 머물게 되면 새 주교님과 신부님들이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혹시라도 조그마한 곤란스러운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 안동교구에 남아 있지는 않겠습니다. 현재에도 여러 곳에서 피정지도를 부탁하는 데도 많고…교구장을 그만두어도 할 일은 많을 것 같습니다.
- 21년간 농촌교구의 교구장직을 수행해 오시면서 농촌교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농민사목은 어떻게 이뤄져야할지 체험을 바탕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저도 농촌사람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농현상을 깊이 체험해 왔습니다.
그들이 고향을 떠나는 것은 농사를 지어 살기가 어렵고, 자꾸만 소외되는 듯한 기분을 가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기 때문에 무엇보다 모두 서로 함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는 공동체적 의식이 중요합니다. 지금 안동 교구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소공동체(생명공동체) 운동도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보호와 함께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추진되고 있어요. 참된 발전은 물질적인 풍요함보다도 서로 함께 살 수 있는 생활분위기를 만드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때문데 도시사람들도 농촌사람들의 어려운 상황을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버리고, 공동체적 차원에서 바로 자신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농민에 대한 교회의 사목이나 정부정책도 이러한 시가에서 수립되면 큰발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한국교회의 복음화 3백년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사실 한국교회는 이제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성공했다는 자만심에 빠지게 되면 마음이 해이해지고, 교만해지기 쉬워요.
성소자가 많고, 신자수가 급성장한데 대해 만족해서는 결코 안될 것입니다. 이미 알려진대로 한국교회는 중ㆍ상층 사람들에게 잘맞고, 도시근로자ㆍ농민 등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공에서 오는 부작용이 커져가고 있다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어요. 양이 많아지면 질이 떨어지기가 쉬운데, 이점을 잘 인식해서 사제들을 비롯 모든 신자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깊이 묵상하고 영성을 풍부히 함양하는데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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