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환우들의 머리를 만질땐 가위놀림도 제대로 되지 않고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분들의 머리를 손질해주며 대화하는 시간이 일주일중 가장 즐겁고 편안해요』
지난 7여년간을 성 라자로 마을(경기도 시흥군의 왕읍 오전리 87)에 이발봉사를 해온 이의남(베드로·서울봉천동본당)씨.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이면 이씨는 자신이 경영하는 서울 관악구 봉천시장 입구「청능이발관」문을 닫고 라자로 마을로 향한다. 이씨가 라자로 마을에 도착하면 2주일간 기른 머리를 깎기 위해 마을 노인들은 자신들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사랑의 이발사」이씨를 반가이 맞이한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무렵까지 잠시도 쉬지않고 40여명의 나환우들의 머리를 다듬으며 지난 주일동안 마을사람들의 안부도 묻고 신앙생활에 대해 이씨는 갖가지 대화를 나눈다.
『나환우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앓고있는 육체적 고통보다 가족과 이웃들로부터 격리되고 소외된데서부터 오는 외로움에 더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 이씨는『머리를 깎으며 그런 외로움 중에 있는 나환우들에게 하느님은 버림받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을 절대로 저버리지않고 들보신다』는 복음말씀을 조용히 전해준다.
이런 대화를 나누며 머리를 깎다보면 어느새 이씨의 가위눌림은 부드러워지고 빨라진다.
이씨가 남들이 꺼려하는 나환우들의 머리를 깎기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께 베푸는 것이다』라는 예수님 말씀을 듣고부터였다. 이 성서말씀을 묵상하고 스스로 라자로 마을을 찾게된 이씨는 7년이 지난 지금 남을 위한 봉사가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한것』임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이씨의 이러한 사랑의 봉사활동을 묵묵히 내조해온 부인 이상분(데레사)씨도 3년전부터「라자로돕기회」에 가입, 나환우들의 빨래봉사를하기시작했다. 부인 이씨는 매주 화요일 아침 일찍 봉천동본당 레지오단원 20여명과 함께 라자로 마을에 가서 나환우들의 이불·겉옷·속옷·양말까지 깨끗이 빨아준다.
『매주 화요일마다 번갈아가며 집을 비우니까 처음에는 자녀들로부터 원망을 받기도했죠. 그러나 차츰 꼬마들도 아빠·엄마가 나환우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이젠 잘 이해해주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부인 이씨는『매주 빨래를 하며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몸소 체험하는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또한 이씨 부부는 매일 아침·저녁미사 때 번갈아가며 전례봉사도 하고 있어 본당 신자들간에는「잉꼬부부」로 소문나 있다. 이러한 봉사활동들이 이씨가 경영하는 이발소 직원들에게도 전해져 현재는 직원들 모두가 영세하고「라자로 돕기회」에도 가입, 불우한 나환우들을 돕고있다.
『남을 돕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어요. 이미 하느님께서 은총의 기쁨으로 되돌려 주셨는데요』라며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통해 항상 기쁨 가운데 생활하고 있다는 이씨 부부는『새해에는 좀더 많은 교우들과 함께 더 많은 도움을 줄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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