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이웃사랑』을 입으로만 골백번 외쳐대기는 쉬워도 한번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요즘 같은 극단적인 이기가 판치는 메마른 세태에 사랑을 베푸느니, 온정을 나누느니 하는 것은 그 만큼「어리석은 이」들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 1억5천만원을 가정이 어려워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한 장학기금으로 선뜻 내놓은 이선애 할머니(마리아네스ㆍ85세ㆍ경주 성동동 273). 李할머니도 말하자면 그러한 몫을 즐겨 차지하는 사람들 중에 한사람이다.
李할머니의 이름자를 따 선애장학회로 불리는 이 장학회는 지역인사 8명으로 구성된 이사진 명의로 현금 1억5천만원을 예치, 여기서 나오는 연간이자 7백여만원으로 소년소녀가장 중에 특히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중학생 12명, 고등학생 10명, 대학생 2명 등 24명에게 매년 학자금을 지급하게 된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한평생 보람있고 제대로 산 것일까 늘 생각해왔지요』. 李할머니의 말에서 느끼듯 선애장학회 설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李할머니의 가슴속에 품어져왔던 일.
『어린이날이나 연말 때만 되면 일찍 부모를 잃고 어려움에 처한 소년소녀가장들의 딱한 사정을 TV나 신문을 통해 알게 되면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생각해오다 장학회를 설립하게 됐다』는 李할머니는 그래서 한편으로는『그동안 줄곧 벌려왔던 일이 이제야 결실을 보게됐다』며 되레 애석해한다.
64년 전인 1926년 21살의 나이로 당시 영주군사무소 재무과에 근무하던 최재명(아오스딩ㆍ87년작고)씨에게 시집온 李할머니는 요즘도 휴지를 사 쓰는 대신에 신문지를 사용할 정도로 소문난 알뜰살림꾼. 그러나 이러한 근검절약이 평생을 이웃돕기에 앞장서온 오늘의 이선애 할머니를 있게한 밑거름이 됐다.
1남4녀의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외아들이 서울에서 생활하는 관계로 고향집에서 시댁종질녀 최용성(엘리사벳)씨 내외와 함께 살고 있는 이선애 할머니는 경주 성동성당 구역내「조양공소」를 설립한 것을 비롯 충북 꽃동네, 대구시립희망원, 포항성모병원내 양로원 등 전국 곳곳의 불우시설에도 수천만원의 성금을 보낸 숨은 독지가이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데 이런 일로 세상에 알려진다는 게 오히려 짐스럽다』는 이선애 할머니. 여력이 닿는대로 죽는 날까지 불쌍한 이웃을 도우며 살고싶다는 이선애 할머니는『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어야 할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생전에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쁘고 다행스럽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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