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이전의 인간상태
5,성서에 비추어 볼 때 죄가 있기전 인간의 상태는 창세기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낙원」이라는 말로 표현된 원초적 완전함의 상태로 나타납니다. 이 완전함의 원천이 무엇이었든가 묻는다면 그 대답은 무엇보다도 성화 은총을 수단으로 한 하느님과의 친교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학적인 용어로 「초성적」이라고 불리우는 다른 「선물들」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선물들은 죄를 통해 상실됐습니다. 그러한 하느님의 선물들 덕분에 자기존재의 원리와 친교를 맺고 조화를 이루었던 인간은 자기안에 내적평형을 지은 쇠퇴와 죽음을 내다보고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인간에게 주신, 세상을 「지배」하라는 명령을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 자신 안에 실현됐습니다. 자기자신에 대한 지배로 실현됐습니다. 이 자아지배와 평형 속에서 인간은 존재의 「통일성」을 지녔습니다. 인간이 자기존재 전체에 있어서 손상되지 않았고 질서가 잘잡혀 있었다는 뜻에서 존재의 통일성을 지녔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을 감각의 쾌락과 지상적인 재화를 탐하는데 기울게하고 이성의 명령을 거슬러 자신을 주장하도록 기울게 하는 삼중의 탐욕에 물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질서가 있었습니다. 행복을 이루는 통교와 친교에 있어서도 질서가 있었습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의 최초의 관계, 최초의 부부이며 또한 인간 사회의 최초의 핵인 아담과 에와의 첫 관계에서처럼 말입니다.『아담 내외는 알몸이면서도 서로 부끄러운 줄을 몰랐다』(창세기2,25)라는 창세기의 짧은 문장이 이런 관점에서 대단히 웅변적인 것을 시사합니다.
첫시험에 실패한 인간
6,계시에서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안에 원초적인 의(義)로움과 완전성이 현존한다는 것은 다른 영적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하사 받은 피조물로서의 「인간」이 아주 처음부터 자기 자유의 시험을 면제받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간 존재의 행복은 하느님과의 친교에서 비롯했으며 그 덕분에 누렸던 죄이전의 원초적 의로움의 상태를 가르쳐 준 동일한 계시가 인간을 위해 남겨둔 기초적 실험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그리고 그 시험에서 인간이 실패했다는 것도 말해줍니다.
인간이 치른 최초의 시험
7,창세기에서 이 시험은 선과 악을 아는 나무에서 열매를 먹지 말라는 금명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그 본문은 이렇습니다.『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아라. 그것을 따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창세기2.16~17)
이것은 아주 처음부터 창조주께서 자신을 계약의 하느님, 따라서 친교와 기쁨의 하느님으로 뿐만아니라 선의 원천으로, 따라서 윤리적인 의미로 선과 악을 구별하는 원천으로서 자신을 이성적이고 자유로운 존재에게 계시하신다는 것을 뜻합니다. 선과 악을 알게하는 나무는 피조물로서의 인간이 반드시 인정하고 존중해야하는 절대적인 한계를 상징적으로 일깨워줍니다. 인간은 창조주에 의존하며 그가 창조한 세상의 질서를 확립시킨 법칙에, 존재의 본질적 질서에 예속됩니다. 따라서 인간은 자유의 사용을 규정하는 윤리적 규범에도 예속됩니다. 그 최초의 「시험」은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의지, 인간의 자유를 겨낭한 것입니다. 즉 인간은 자기의 행위에서 창조의 기본질서를 확인할 것인가? 또 자기 자신이 창조되었다는 진리-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자신의 품위에 대한 진리 뿐만아니라 자신의 피조물다운 한계에 대한 진리도 인정할 것인가?
우리는 그시험의 결과를 알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인간은 실패했습니다. 계시는 이것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그러나 계시는 『구원의 진리』라는 맥락 안에 이 슬픈 소식을 포함시키고 있어서 우리는 신뢰를 가지고 우리의 자비로우신 창조주 주님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교황님이 가르치는 교리-나자렛예수] 111.죄는 하느님선물의 오용(하)
발행일1988-01-17 [제1588호,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