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경시풍조가 말로 심각하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와 학계, 언론계 인사들이 모여 사회의 반생명적 작태를 고발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고자 구성된「생명문화연구소」가 문을 열어 사회와 교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Pro Mundi vita)라는 모토로 출발한 생명문화연구소는 12월 4일 오후 4시 서강대학교에서 개소식을 갖고 제1대 소장으로 전 가톨릭대학장 정의채 신부를 추대했다.
생명문화 연구소소장 정의채신부와의 대담을 통해 이 연구소의 성격과 방향을 알아본다.
- 생명문화연구소의 설립 동기는 무엇인지요?
▲다 아시는바와 같이 요즘 국민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경악할만한 유괴살해, 방화, 연쇄 자살 등을 바라보며「이래서는 도저히 안된다. 무슨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반생명적 작태에 일침을 가하고 생명문화의 나침판 역할을 담당할 기구가 절실하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고질화된 생명경시에 쐐기를 박고 하나뿐인 생명이 보호받아야 하며, 이 욕구가 단순히 감상적인 차원이 아니라 학문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명문화연구소의 태동을 자극했다고 할수 있습니다.
- 현 한국사회는 주체할수 없을 정도록 인명경시풍조가 만연되어 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이같은 풍조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구체적으로 두가지 원인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도구적 가치만 강조한 경제제일주의이고 또하나는 정부의 극단적인 산아제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를 법적으로 합리화시켜주며 인간의식안에 지독스럽게 독단적인 이기주의와 쾌락주의를 심어주었고 일말의 죄의식조차도 뽑아버렸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줄이자, 줄이자」라는 의식이 급기야 살아숨쉬는 태아까지 죽이도록 내몰았고 돈을 위한 일아라면 금령(禁令)이 없는 세상이 되었지요.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 사실상 시민들도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살벌한지는 TV나 신문지상을 통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천적인 측면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지를 모르는데 있다고 짐작되는데 이 생명문화연구소는 과연 이 일을 할수 있을지요?
▲작금에 이르러 악마적인 살인사건들이 태풍처럼 전국을 휩쓸고 지나가지만 이런 경악도 유행인지 며칠이 지나면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이 까맣게 잊어버리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언제나 근본적 해결책 없이 원점을 돌아갑니다.
물론 생명연구소가 무감각해지고 고질화된 반생명적 사회분위기에 지금 당장 즉각적인 영향력을 행사할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차적으로 정치ㆍ경제ㆍ종교ㆍ학계 등 다방면에서 생존중에 대한 혼(魂)을 불어넣어 줄수 있다(Animatio)고 확신합니다.
세미나ㆍ심포지엄 등을 통한 이론적 연구는 물론 반생명적, 학대적인 폭압이나 사회질환이 발생할 경우 직ㆍ간접으로 탄력있게 대처할 예정이며 필요하다면 중립단체와 제휴해 공동대처할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우선 급한 것은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도록 불을 붙이는 것이지요.
- 연구소가 서강대부설연구소로 발족하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연구소도 여타 대학교부설연구소와 같은 성격입니까?
▲이 연구소는 일차적으로 서강대부설연구소로 태동하지만 성격상 범학술적, 범종교적, 범민족적이라는 점에서 독자적인 단체로 설립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연구실도 학교 밖에 물색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학계ㆍ종교계ㆍ언론계 인사 외에도 생명문화 연구와 연계된 다방면의 전문위원과 연구위원을 증원하고자하며 나아가 국제기구와의 연대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 얼마전 가톨릭대학 학장직을 퇴임한 후 은퇴하여 휴양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제1대 소장이라는 중책을 맡으셨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휴양중이고 또 이 직분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해 극구사양했지만 여러차례에 걸친 간곡한 부탁을 더이상 뿌리칠수 없어 소장직을 맡았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세상의 생명을 위하여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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