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도 봄, 성당에서 형제 피정이 있어서 참여 하였는데 나는 이 피정에서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를 크게 깨닫게 되었으며 특히 정신적인 죄의 무서움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성체조배를 통하여 깨닫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회사는 최선을 다해 꾸려갔으나 경영상태가 호전되지는 못했다. 워낙 이자 부담이 많아 견디기가 힘들었다. 집이라도 팔아서 빗만 정리하면 살 것 같았으나 침체된 부동산 경기 때문에 팔리지 않았다. 이렇게 시련이 크면 클수록 나는 주님을 더욱 찾게 되었고 성체 앞에서 허영이나 과욕을 버리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 하였다. 또 나를 이 시련에서 해방시켜 달라고 매달렸다.
정말 힘겨운 86년도가 가고 운명의 87년이 왔다. 나는 87년에는 어떻게든지 빗에서 헤어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안간힘을 다했다. 그러나 모든일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갔다. 나는 그때마다 성체 앞에서 더욱 간절히 주님께 청하면서 용기를 잃지않게 해주시라고 기도 드렸다. 내가 지금가지 겪고 살아온 삶을 주님께 고백하고 지난날의 잘못을 빌면서 제발 저를 버리고 마시고 주님께서 저와 제가족을 버리시지 않으셨다면 튼튼한 동아줄을 달라고 애원하였다. 그랬더니 주님께서 이렇게 타이르시는 것이었다. 『호세아야 너는 이미 내가 동아줄보다 더 튼튼하고 질긴, 눈에 보이지 않는 줄로 꽁꽁 묶어 놨으니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라』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지금 이 시련은 나를 참 인간으로 만들기 위하여 그동안 살아오면서 내가 스스로 쌓아온 교만과 욕심, 나태, 그리고 온갖 죄악들을 갈기 갈기 찢어 없애시는 하느님의 역사이심을 깨닫고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이 고통은 내가 새사람이 되도록 주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은총의 선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심으로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나는 이 힘으로 아무리 어련운 일이 있더라도 참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을 가지게 되었다. 사업은 갈수록 어려워 졌으며 전반적인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부도가 많이 발생하였다. 도산하는 업체가 속출하는 것을 보니 왠지 나도 불안했다. 나에게도 6월이나 7월에 계속해서 거래처에서 받은 약속어음이 부도처리 되었다. 거래처의 사장이 여직원과 같이 돈을 빼돌려해외로 도망가 버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나는 이시점에서 중대한 결심을 해야 했다. 십여일을 생각해 보았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가지 그 어려움속에서도 참고 견디어 왔는데 여기서 손을 들기에는 정말 억울하고 분했다. 그러나 더 끌고 가다가는 주위 사람들에게 더욱 피해를 줄것만 같았다. 나는 주님과 성모님께 상의를 드렸고 리드비나도 당신이 너무 힘들어 하면서 고집스럽게 끌고 가니 성모님께서 그만 쉬라고 하신 것 같으니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충고를 해주었다.
그런데 막상 정리하려고 하니 나의 본성도 어찌할 수 없었다. 하느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별도리가 없었다. 이대로 더 끌고 가다가는 다른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게 될 것 같고 그렇게 되면 나의 인생은 끝날것만 같았다. 여기서 정리하고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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