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빈민사목위, ‘소리없는 외침, 아동주거빈곤’ 주제 정책토론회 열어
“93만 명이 열악한 환경에 노출… 대책 없는 현실”
아동주거빈곤 실태 파악
적절한 지원사업 시행 촉구

5월 23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정책토론회 중 나승구 신부가 종합토론 시간에 발언을 하고 있다.
주거는 인간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필수적 요소다. 특히 발달단계에 있는 아동의 주거권은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나승구 신부)는 5월 23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소리없는 외침, 아동주거빈곤’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고 아동에게 적절한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박사와 경기도 시흥시청 양민호 주택관리팀장이 발제를 맡아 ‘아동주거빈곤 실태와 정책방안’과 시흥형 아동주거 지원사업을 설명했다.
최은영 박사는 전국 93만여 명의 아동들이 빈곤한 주거환경에 처해 있지만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정책적인 연구 자체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동주거빈곤이 특히 문제되는 것은 좁은 집뿐 아니라 위생상태 불량, 집 주변의 안전사고 및 범죄 피해 위험 등 여러 가지 문제가 함께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아동주거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주거복지에 과감한 재정 지출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음을 호소하며 주거급여의 대상을 현행 중위소득인 44%에서 50%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지원과 함께 주거빈곤 밀집 지역에 공유재를 만들어 건강한 지역사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양민호 팀장은 경기도 시흥시 아동주거빈곤 현황 및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흥형 아동주거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정부를 포함해 지자체에서 아동 주거 관련 조사, 지원사업을 벌이는 곳은 서울과 경기도 시흥시 외에는 없다. 시흥시는 주거 사각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중위소득 60% 이하 무주택 가구에 대해 월세를 지원한다. 전국 기준인 44%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또 중위소득 60% 이하 가구에 400만 원 내외에서 집 수리비를 지원한다. 시흥시는 특히 아동주거빈곤율이 높은 편이다. 시흥시 정왕본동의 아동빈곤율은 69.4%로 전국 최상위에 속한다. 이에 따라 시흥시는 아동주거비를 올해 1월부터 추가지원하고 있다. 아동주거비는 주거비 지원 대상자 중 아동포함 가구를 대상으로 아동 1인당 기존지원액에 30%를 가산해서 추가 지원한다. 또 아동이 포함된 맞벌이 가구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주거취약계층에게 청소·방역 서비스를 6월부터 시행한다. 양 팀장은 “앞으로 정왕지역 아동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주택과, 도시정책과, 도시재생과, 건축과, 교통행정과 등이 힘을 합쳐 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종합토론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태진 박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 서울사이버대학교 임세희 교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김승현 센터장 등이 참여했다.
나 신부는 “아동 청소년들이 살아가는 집이 위생적이고 안락하고 쉼을 누릴 수 있는 집으로 바뀌어 올바른 성장을 도와 주는 고향 같은 곳이 돼야 한다”며 “어느 단체든 가장 작은 자와 약한 자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해 주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