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자본주의 체제가 결코 유일한 모델일 수는 없지만 만일 여기에 인간중심적 가치들을 부가한다면 경제체제의 올바른 기초 형태가 될수 있다고 본다. 교회는 자본주의 체제가 인간중심적 체제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경제의 목적 달성
교회는 인간이 모든 경제활동의 건설자요 중심이며, 목적임을 강조한다. 경제의 목적은 경제적 합리성 원리에 따른 행동이나 단순한 이윤획득이나 최대 다수를 위한 최대 물질적 행복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경제의 목적은 개인과 사회집단이 인간존엄성에 알맞은 방식으로 발전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물질적 필수조건들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주는데 있다.
2, 시장경제가 소비주의를 가져와서는 안된다.
소비재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데 뜻이 있는 것이거니와 상상력을 과도하게 자극하거나 물질 소유욕을 충동하여 소비자들을 혼란시키고 현혹시켜서는 안된다.
3, 시장기구로는 부족하다.
자유 경쟁은 비록 일정한 한계 안에서는 정당하고 유익하기는 하지만, 시장기구가 경제문제의 지도원리로 작용할 수는 없다. 경제란 자동조작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의 고유한 조절의지에 따라 전개되는 문화 과정인것이다. 사유재산권, 시장기구 등은 경제활동의 사회적 목표에 의해 보안되어야 한다. 시장경제는 조정을 받아야 한다. 경제활동의 목적 및 공동선과 관련하여 생기는 긴급한 문제들(예컨데 부의 확산, 지속적 성장, 실업해소, 환경보호 등)은 단지 시장과 가격 기구만으로는 해결할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국가가 적절한 개입을 통해 시장기구를 보안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동시에 교회는 국가가 이러한 개입을 통해 개인의 경제적 창의를 말살하게되면 정치적 독재가 출현하고 경제가 침체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4, 경제력에 대한 통제
시장 경제에서는 경제력의 집중을 막는 조치가 취해져야하며, 독점과 카르텔이 불가피한 경우 이들을 통제해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모든 경제 부문에서 자유경쟁이 이우러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민간 기업은 경쟁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시장 경제를 내부적으로 위협한다.
교회는 독점을 언제나 단호히 배격해 왔다.
5, 가치의 우선 순위
경제는 인간과 사회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며 최고 목적은 더욱 아니다. 따라서 경제는 진정한 목적 서열에서 제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결혼과 가정, 종교와 도덕, 문화 가치, 「만물의 최종 목적」이신 하느님은 경제보다 높은 서열을 차지한다(「사십주년」17항). 이는 『경제 분야에서 도달할 수 있는 목표와 도달할수 없는 목표, 그리고 그때에 필요한 수단이 무엇인지』(「사십주년」17항)를 「수단과 목적」의 맥락에서 제시하는 이른바 경제 법칙은 독자성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사실을 결코 배격하지않는다.
인간과 그의 양심과 유리되어 있는 추상적 경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교회는 경제분야의 종사자들에게 「이웃에게의봉사」의 사고방식을 강조한다.
6, 자본과 노동
요한 바오로 2세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노동이 자본에 대립되거나 자본이 노동에 대립되는것일수 없으며, 더구나 이러한 개념의 이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서로 대립될수는 없다』(「노동하는 인간」13항). 사실 자본에 대한 인간의 우위성에 바탕을 둔 경제 체제는 근본적으로 자본과 노동 간의 대립을 극복해야 한다.
교회는 자본과 노동 간의 대립을 극복하거나 완화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본다.
첫번째 방법은 당사자들 간의 협력이다. 노사 간의 단체협약은 각기 그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두번째 방법은 근로자들의 재산 형성이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것을 요구해왔다. 재산이 광범위하게 확산될수록 현대 사회에 재산에 따른 기능적 위기를 극복하거나 완화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7, 기술진보와 합리화
기술이 근로 생활에 도입된 이래 노동자들이 기술 장치의 노예로 전락하게 되었다는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교회는 기술을 비난하지 않는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기술을 「인간노동의 협조자」(「노동하는인간」5항)라고 부른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는 무절제한 기술 진보의 위험을 경고한다. 『노동의 기계화가 인간을 밀어내고 개인의 만족감이나 창의력이나 책임감을 빼앗아 버리거나, 많은 노동자들의 직업을 빼앗아 버린다면, 혹은 기계에 대한 과신으로 인간을 기계의 노예로 전락시킨다면, 기술은 인간의 협조자가 아니라 그의 적이나 다름이 없을수도 있다.』(「노동하는 인간」5항).
기술 진보는 인간에게 봉사하도록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8, 기업의 기본적 권력구조
현대 기업은 모든 구성원들이 원만한 상호관계를 유지할 때 비로소 기능을 발휘할수 있는 것이다.
기업 조직에서 상하 관계의 기능적인 권위체계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기업과 인간 노동에 있어서 투자된 자본이아니라 바로 인간이 그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적용되어야 할 원칙은 『사물의 질서가 인간 질서에 종속될 것이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된다』(「현대 세계의 사목헌장」26항)는 것이다.
기업가들은 기업의 구성원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고 이러한 시각에서 모든 조치를 취해야한다. 따라서 이기심을 바탕으로 한 이윤획득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 기준이 돼야한다. 더욱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있는 발전은 그러한 자세에 의하지 않고서는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9, 세계적 차원의 책임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대의 세계 경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아무리 경제강국이라해도 완전한 경제자립이나 자급자족이 어려울만큼 각국이 상호 의존하여 있다. 이러한 상호 의존 체제에서 고도공업국이나 다국적 기업들이 자신들의 힘을 남용하여 원자재 가격을 하락시킴으로써 약소국들을 착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유한 나라들과 빈곤한 나라들 간의 소득 불균형은 더욱 확대되는것이다(「노동하는 인간」17항 참조).
교회는 전세계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세계 체제가 창설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선진국들은 국제 경제 관계에서 공동선의 범위가 이제 전세계로 확대되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교회는 부유한 국가들이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국가들을 도와 주도록 권고한다. 교회는 또한 이러한 빈곤의 고리는 개발 원조가 충분히 확대되고 군비 지출이 크게 감소하고 농업이 개혁되어야 비로소 부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전세계적인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
10, 고용 보장
일자리를 유지하는데 있어서「간접 고용주」, 즉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노동 정책의 수립 과정 전체를 책임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노동하는 인간」18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요한 바오로 2세는 국가를 초월하는 노동에 관한 전반적 계획이 필요함을 강조한다(「노동하는 인간」18항).
11, 환경 보전
경제활동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생활의 물리적 도덕적 기반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교회는 ①자연자원을 인간이 자기의 경제적인 필요에만 의거하여 사용할 수는 없으며 ②자연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며 인간은 그것에 대해 절대 지배권을 갖고 있지 않는다는 점 ③공업화의 위험스런 결과를 막기 위해 자원의 이용 방법에 있어서 도덕적 요청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다(「사회적관심」34항 참조).
교회는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인간환경의 보전, 즉 진정한 인간 환경을 위한 도덕 조건의 보전, 더나아가 인간 환경의 기본 구조로서의 가정 및 생명권 보호를 역설한다(「백주년」38-39항 참조).
12, 재분배 제도
현대 산업국들에게는 경제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국민소득의 분배을 조세나 사회보험 등을 통해 수정하여왔다. 그러나 아직도 무수한 사람들이 자기탓은 전혀 없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이 시장기구는 질병, 노년 등과 같은 생의 일상적인 위험을 구제해주지 못한다. 이를위해 사회제도들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사회보장제도를 전반적으로 퇴보의 징조이요 자기 책임을 대중 책임으로 돌리는 징조로 보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러나 교회는 인간 자신을 위해 자기 책임의 강화를 옹호하고 국가가 모든 것을 제공하고자 하는 복지적국가주의를 배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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