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알송알 싸리잎에 온구슬/조롱조롱 거리줄에 옥수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방긋 꽃잎마다 송송송…』
이렇게 시작되는 「구슬비」동요는 국민학교 3학년 음악교과서에도 실려 있어 어린이를 비롯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노래로 유명하다.
바로 이 동시를 지은이는 원주교구 제천 서부동본당(주임·박홍표 신부) 백운공소에서 수도자처럼 살고 있는 권오순(마리아·71)시 인이다.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원로인 권오순 시인이 최근 분도출판사와 함께 「조각달처럼」이라는 글모음집을 펴내 주위를 감탄케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시인이 북녘에 두고온 동생을 그리며 지은 32편의 주옥같은 글과 국내 유명 아동문학평론가 8명의 평론 동요가 실려있다.
시인의 신앙심과 조국통일의 염원이 담긴 이 책은 시인이 좋아하는 조각달을 그래도 제목으로 정한 작품이다.
『달은 날이 차면 보름달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조각달』이라고 걱정하는 권오순 시인은 영세후 끊임없이 북한 동포들과 조국통일을 위해 기도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권시인은 북한에 있는 여동생을 만났으면 하는 심정에서 시작됐다며 『죽고난 뒤 통일이 되면 이 책을 통해서라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북한땅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그녀는 1948년 단신으로 월남해 6. 25가 끝난후 1952년 서울에서 세례를 받았다.
1937년 「가톨릭 소년」지에 동시 「구슬비」를 발표해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권오순 시인은 그후 일제의 한글철폐정책과 6.25사변을 거치면서 작품활동을 쉬어야만 했다.
『낮에는 삵바느질을 하고 밤에 문학공부를 했는데 얼마되지 않아 6.25가 터졌다』며 시인은 본격적인 공부를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했다.
6.25를 통해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를 느겼다는 권오순 시인은 『폭격으로 앞뒷집이 무너져도 우리집만은 이상하게 온전했다』며 그 당시를 회성했다.
이러한 일들을 겪은후 자진하여 입교를 했고 세살때 걸린 소아마비에도 불구하고 55년도부터 61년까지 성모자애병원에서 권시인은 전쟁고아 80명을 위해 봉사했다.
권오순 시인은 주님께 온전히 자신을 내맡기며 살던 중 1976년 동시 「구슬비」로 새싹문학상을 수상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권시인은 어렸을때의 꿈인 문학에 다시 열정을 쏟아 그간 동시집 4권과 수기 소설 등을 펴내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장애인이라 장애인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사랑의 보청기 보내기 운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한편 고료로 받은 것을 장애인들을 위해 헌금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에 대해 권오순 시인은 『장애인들이 자활해 새 삶을 영위했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었으면…』이라고 겸손해 했다.
또한 시인은 책을 출간한 뒤 받은 고료를 백운공소 수리비로도 내놓는 등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려 애써왔다.
『항상 무얼 먹을가、무엇 을 입을까? 걱정하지 않는다』는 권시인은 어릴때의 소박한 꿈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성당이 가까운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고 싶었는데 주님께서 그대로 이루러 주셨다』며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는 권시인은 『어린이들을 위해 좋은 글을 쓰려고 무척 노력하는데 잘 안된다』며 앞으로도 계속 동시를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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