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비약될지 모르지만 사무장이 본당의 얼굴 역할을 하고 신자들과 본당신부、그리고 신자들 사이에 다리역할을 제대로 할 때 본당은 천상의 공동체 이전에「인간의 공동체」로서 이 평화로움이 깃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69년 본당설립과 동시에 사무장 일에 뛰어들어 21년간 봉직하다 지난 3월 4일 정년은퇴한 부산 봉래본당(주임 박병윤 신부) 최만건(요셉·28))씨는 사무장 역할의 중요성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게 결코 쉽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수천 명의 신자들을 매주 만나 하소연도 들어주어야 하고 본당업무처리 틈틈이 보수공사 등 성당관내 모든 시설물들을 관리해야 하며…한마디로 사무장은「팔방미인」이 되어야 하니까요』.
최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이 사무장과 가장 많은 접촉을 하고 있는 점과 인간의 나약함과 오해 등으로 인해 본당내에서도 심심찮게 여러가지 갈등이 끊이지 않는 점 등을 거론하며「얼굴과 다리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무장은 일단 투철한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급료를 받는다고 다른 직장과 똑같이 생각하면 붙어있기 힘듭니다』.최씨는 자신의 경우 청년시절 평신도로서 교회를 위해 젊음을 불태우며 봉사하는 것이 큰 소망이었기 때문에 보람을 갖고 일해왔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본당내「불협화음」에 대해 최씨는『신자들이 교회 공동체속의 인간적인 요소들마저 너무 절대시、신성시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당신부님、수녀님、그리고 교우들도 모두 나약한 인간적인 면이 있지 않습니까. 어떤 교우들은「하찮은 일을 가지고 신부나 신자가 그럴 수가 있느냐」며 토라져 성당조차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마다 달래느라 애를 좀 먹지요』. 사무장 생활 21년간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20여년간 냉담하던 한 교우의 교적을 어렵게 찾아주며 격려한 것이 계기가 돼 그 후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라고 최씨는 회고했다.
사무장의 처우와 신분문제에 관한 최씨는 일반론적인 얘기라고 전제、『과거교회는 외국교회의 원조를 받을 만큼 어려웠지만 지금은 살림살이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인데도 사람을 쓰는 데 인색한 것 같다』며 하는 일과 역할에 걸맞게 대우를 해주면 그만한 성과가 틀림없이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평안북도 의주군 비현면에서 태어난 최씨는 6 · 25사변중 부모, 처자와 함께 부산으로 피난해 계속 영도에서 살아왔다. 연탄공장을 경영하던 중 69년 봉래성당 설립을 추진하던 프판치스꼬회 소속 주 콘스탄시오 신부(이탈리아인)의 권유로 사무장 일을 본 것이 오늘까지 이어지게 된 것. 부모와 처는 이미 고인이 됐고 슬하에 2남2녀가 있다.
반평생을 교회를 위해 몸바쳐 온 그는 지난 3월 4일 있은 퇴임식에서 자신이 유능해서 오랫동안 사무장 일을 본 것이 아니라 많은 교우들이 아껴주었기 때문이라 말하고 앞으로 여생이나마 자신을 위해서보다 남을 위하는 일을 찾아 노력해 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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