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소년수 하나가 허리 디스크로 무척 괴로워하는데 수핵제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교무과장님의 말씀이다.
『신분장에는 엄마와 형 둘과 누나가 있지만 1년 넘도록 한번도 접견 온 적이 없고 2년6개월 형을 받았는데 전과도 많고 죄질이 아주 나쁩니다. 병동 근처로 사람만 지나가면 아무거나 집어 던진답니다. 오죽 아프면 그러겠어요』했다.
그 말을 듣고 수녀로서 모르겠다고 딱잘라 거절할수도 없었다. 『힘껏 해보겠습니다』하고 돌아왔다. 수술비용을 부담해줄 은인 아니면 병원에 자선 진료를 부탁해야 하는데 막연했다. 성요셉의원 원장님께 부탁드리니 천주교 병원 두군데 사회사업과에 전화를 해보신 후 수술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병원 두군데 모두 빈방이 없었다.
다급한 형편이어서 00병원 책임신부님을 직접 찾아가 오랜시간 기다렸다가 부탁드렸다. 재소자(특수조건의 사람)라 상황판단 결과 사실 어려움이 없지않다. 딱 잘라 거절도, 받아주지도 못하는 미묘한 형편이다.
『신부님 오늘의 예수님예요. 우선권으로 받아주셔야 해요』아무리 보채도 곤란한 일이었다. 마음속으로 나는 무척 외로웠다. 배척 받으시는 오늘의 예수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꿀꺽 삼키고 집에와서 통곡을 하고 혼자 울었다.
그 다음날 교도소 소장부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애쓴 보람으로 교도소 지정병원에서 수술하기로 결정을 봤다는 것이다. 수술전에 그 부인과 함께 가서 처음으로 그 소년을 만났다. 병실에 꽃을 꽂아주고, 십자가를 손에 쥐어주고, 성가와 자유 기도를 해주고 왔다. 두번째 갔을때 소년의 바라보는 시선이 아주 달라졌고, 성경책을 갖다 달라고 했다.
추석무렵이라 햇밤을 삶고 과일바구니에 리본 장식을 예쁘게 해가지고 병원에 갔으나 1주일만에 퇴원하고 없었다. 그 다음 교도소에 가서 만났는데 기도문을 다 외웠으니 묵주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마음으로 고통을 나누어 받은것 외엔 하느님 믿으라는 말도 안했는데 적극적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석달후 지방교도소로 이감 간후 편지가 왔다.
『수녀님, 안녕하세요. 교도소 병동에 있을때 언제나 이 못난 저를 찾아오시어 따뜻한 좋은 엄마보다 더욱더 뜨겁게 정을 쏟아주신 수녀님 곁을 멀리 떠나 이감오면서 가슴이 미어지고 아팠습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언제나 수녀님 곁에 있고 수녀님 사랑만 있다면 저는 새로운 희망속에서 힘차게 살아갈수 있습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돌아와 깨끗한 마음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기도하는 이 시간이 제겐 무척 소중합니다. 모든 사람이 날 외면하고 욕해도 수녀님과 하느님께서 항상 제곁에 계시니 믿음과 사랑으로 저는 새롭게 태어날수 있습니다. 영세 받기 위해 교리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수녀님 건강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올림』
재범하게 되면 가족들이 혈육의 인연을 끊고 모두 떠난다. 사랑으로 참고 모두 떠난다. 사랑으로 참고 기다려주면 정신 차릴때가 있는데…스스로 일어설때까지 따뜻한 사랑으로 가족의 대역을 해주는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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