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실명자로서 서울 홍파복지원에서 안마 시술을 배우기 위해 강원도 묵호를 떠나 상경한 김진탁(31ㆍ토마스 아퀴나스)씨는 요즘 마음이 무척 착잡하기만 하다.
이는 평생 소원인 시집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제목을 「수락산의 극락」으로, 시귀 중 「주님」을 「크신님」으로 바꾸는 등 불교신자로 만들려는 불교계 한 신문의 의도를 따를수 없어 출판사에 맡겨놓은 70여 작품을 되돌려 받았기 때문이다.
『작년 장애인을 위한 한 시화전시회에서 저의 글을 보고 흔쾌히 시집 발간을 도와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무척 기뻐했다』는 김씨는 『그러나 불교계신문에 염주를 목에 두르고 있는 모습을 싣는가 하면 시의 내용을 불교적인 것으로 바꿔 견진성사까지 받은 저를 불교신자로 만들줄 몰랐다』며 평생 소원인 시집의 출판을 앞두고 10여년간 모아온 작품을 회수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신자의 본분을 지켰다는 뿌듯함과 아무리 시집 발간이 평생 소원이라도 하느님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는데 스스로를 위로하며 때가되면 하느님께서 분명히 시집을 발간해 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다.
5살 홍역의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은 그는 20살 때 녹음테이프를 통해 시를 접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처음에는 앞을 보지 못한다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밝은 내용보다는 투병생활의 고통등을 주제로한 글들을 많이 썼다.
투병생활을 통해 느낀 절대자에 대한 기대와 희망감으로 스스로 성당을 찾은 김씨는 7년전 강원도 묵호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을 알기 시작하면서 기도ㆍ기원의 글도 원고지를 메워가게 됐다.
『문학적인 수업을 거의 받지 못해 저의 글들이 시집으로 꾸미기에 충분한지 모르겠다』고 말한 김씨는 『평생의 소원인 시집 출판을 위해 푼푼히 80여만원을 모아 두었지만 아직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씨가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약간 슬프면서도 희망적인 시를 발표한 윤동주ㆍ김소월ㆍ서정윤ㆍ도종환ㆍ이해인수녀ㆍ구상ㆍ김남조씨 등으로 이들의 시는 녹음테이프로 구입, 자주 들으면서 밝은 시어들을 가슴으로 익히는데 여념이 없다.
「이 생명 다하는 날/고향으로 돌아가리라/지금은 바람부는 언덕에서 떨고 있지만/그때가 오면/어머니 품 같은 세상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리라/그곳에 가면 감겼던 눈이 다시 떠져/그리운 사람들의 얼굴도 보고/동산에 핀 꽃들도 실컷 보리라/그러면 나는 평화로운 땅에/통나무로 집을 짓고/사랑하는 사람과 아들 딸 낳고/푸른 초원에 양을 치며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야지/슬픔도 참고 견디면 잠시뿐/세월이 흐르면 모두 잊혀지리라」
위의 글은 김진탁씨가 쓴 「돌아가리라」라는 시로서 본인이 『부족함이 너무 많아 부끄럽기만 하다』고 말하면서 『글을 쓸 때 사물의 색깔을 표현할때가 가장 힘이 든다』며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보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알렸다.
새벽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는 김씨는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제일 먼저 하느님께 올린뒤 고통받고 있는 이들과 장애인들을 위해 매일 기도를 드리고 있으며 맨나중 자신과 생애 최대의 소원인 시집발간을 위해 기도를 바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김씨는 『앞으로 문학공부를 열심히 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시와 맑고 투명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글들을 쓰고싶다』고 밝히면서 『하루빨리 시집의 출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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