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 속에서 삭막하게 채바퀴돌 듯 살아가는 우리 마을을 눈물로 쓸어내어줄 아름다운 이야기가 걸인들이 모여사는「꽃동네」구석진 작은방에서 사랑의 향기를 품어내고 있다.
3월15일 오전 6시12분 꽃동네 인곡자애병원 604호. 3년여동안 식물인간으로 힘겹게 연명해온 한 작은 여인이 마비된 육신 중 유일하게 정상으로 남았던 두 눈을 세상에 남기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세상의 빛이 되라고 기증한 그의 맑은 두 눈 중 한쪽은 20여년전 한쪽 눈을 실명한 그의 남편에게 그날 즉시 이식됐다.
『내가 아내의 눈을 받게 되다니… 불쌍한 내 아내가 땅속에 들어가는 것도 못보고…』. 남편은 안구 이식수술직전 아내가 남긴 뜨거운 사랑에 울먹이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88년 여름 어느 날、전신이 마비된 아내 김영열(베로니까(52))씨를 이끌고 꽃동네를 찾은 남편 이경태(마태오(56))씨. 3년전 아내 김영열씨가 연탄가스에 중독 그 후유증으로 전신마비 식물인간이 됐고、아내의 무서운 병을 고치기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남편 이경태씨는 순식간에 직장과 그동안 벌어놓은 모든 돈을 잃게 됐다. 걸인과 다를바 없게 된 이경태씨는 결국 걸인들이 모여 산다는 꽃동네를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절대 아내를 버릴 수 없습니다. 꼭 아내와 함께 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가족이 함께 살 수 없는 엄격한 꽃동네 규칙도 이들 부부의 뜨거운 사랑 앞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김영열씨를 줄곧 맡아 치료해온 신상현(요한)씨는 『이경태씨는 결코 아내 곁을 떠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고통이 점점 심해진 아내를 목욕시키고 대소변까지 직접 받아냈지요』라고 회상했다.
자식이 없어 항상 죄스러워하며 다른사람과 결혼하기를 간절히 원했던 아내 김씨는 맹장 · 장결핵 등으로 여러 차례 큰 수술을 받아야했다. 평생 아내를 병구완 해 온 남편 이씨는 임종 직전 눈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아내의「눈 기증」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설마 자신이 아내의 눈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아내를 내 마음에 간직한 채 영원히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기쁘…』.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남편 이경태씨는 그동안 은혜를 베풀어준 이웃을 위해「아내와 함께」기꺼이 희생하며 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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