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장이고 기도의 장인 명동성당이 살벌한 폭력의 와중에 있다는 점에 분노하고 있으며 사목자로서 이러한 현실을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교회는 악인과 선인을 모두 끌어안아 이들을 도와주고 보호해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현재 명동성당 안에 있는 범국민대책회의를 강력히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명동성당 측은 경찰의 강경한 진압계획의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면서도 기도의 장소인 성당에 신자들이 자유로이 드나들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공간의 한계성으로 사목활동이 마비되는 등 범국민대책회의와 잦은 충돌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마침내 이들에게 성당을 나가주기를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난 4월 26일 강경대씨의 치사사건 이후 정부의 공안정치타도를 위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성된 범국민대책회의가 5월 18일 강씨 장례식을 끝내고 곧바로 명동 성당에 진입, 6월 11일 현재까지 머무르고 있는 동안 공권력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고 한편으로 성당을 지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명동본당 수석보좌 경갑실 신부는 범국민대책회의 측에 철수를 요청한 속사정을 이렇게 밝혔다.
『명동성당은 지난 87년 6월 항쟁의 본거지였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민주화의 도정에서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한 경신부는「그러나 6공화국이 들어서면서 그동안 독재로 억눌렸던 상황이 일부이기는 하지만 숨통이 트였으며 언론도 조금이나마 사실보도를 하는 등 본연의 임무를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 명동성당도 종교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범국민대책회의가 명동성당에 들어온 이후 성당내 성모동산에서 텐트를 치고 새우잠을 자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같이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던 경신부는『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있다』면서『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본당의 사목에 협조를 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경신부는 현재 우리나라에 팽배해 있는 흑백논리에 대해 언급『민주주의는 자신의 권리와 함께 다른 사람들의 권리도 존중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짓밟아 버리는 행동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행동이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에서마저도 나타나고 있어 개탄스럽다는 경신부는『내가 명동성당 재임중에 성당에 들어오기 위해 사전에 협의 내지 양해를 구해온 단체는 하나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성당의 기물을 파손하기도 한다』면서『이곳밖에 찾아올 곳이 없는 우리의 상황이 사목자로서 가슴아프게 생각되고 이해가 되지만 성당에 와서는 성당측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풍토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성당내 공권력투입을 강력히 제지해 나가면서도 소위 민주화의 이름으로 명동성당을 찾는 단체들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대책을 연구중이라는 경신부는『현재「한국 민주화의 성지」라고 이름불여진 명동성당이 잡다한 시위로 더 이상 더럽혀지지 않도록 자구책을 강구할 생각이다』고 말하고 『「성역」을 「성역」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이들은 성역을 이용할 자격이 없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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