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은 우리민족에게 아주 슬픈 날이다. 세월이 지나도 이날만큼은 전쟁의 비극적인 상황이 기억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현재도 우리민족은 분단으로 갈라져 서로 그리워하며 다른 양식의 삶을 살고 있고. 한국교회도 반쪽교회의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교회는 이날을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로 설정. 침묵의 교회에 대해 평소 가져오던 기도 와 관심을 더욱더 배가시켜줄 것을 요청해 오고 있다. 이에 본보도 한국교회에서 북한선교를 포함한 공산권 국가에 대한 선교를 담당하고 있는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의 위원장 이동호 아빠스와 특별 인터뷰를 마련, 독자들에게 북한선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기여코자 한다.
▲스포츠 등 접촉을 통한 남북관계의 진전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또한 최근에는 남북이 유엔에 가일할 음직임을 보이고 있는 등 평화 통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개선 및 그 한계점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의 움직임은 남북한 스스로가 진정한 화해와 일치를 위한 접근 노력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주변의 상황 변화에 밀려 어쩔 수없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관계개선 노력이라고 볼 수 없으며, 주변환경의 변화와 상관없이 남북이 서로 신뢰하여 하나가 되기 위한 관계의 설정이 요구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남북한이 유엔에 함께 가입하고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간의 수교가 이뤄질 수 있게 되고, 북한도 미국, 일본 등과 관계개선을 이뤄 나간다면 커다란 변화가 뒤따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이 참된 평화에로 다가서려는 의지를 서로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함께 발전을 이뤄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나누는 것이 아닐까요.
▲북한선교를 포함한 공산권 국가에 대한 선교 및 통일 관련 문제에 대한 한국교회 공식 주무 위원회책임자로서 한국교회의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 및 통일에 대한 노력의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 한국교회는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행사를 계기로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하기 시작하여 북한선교위원회를 주교회의 공식 기구로 두게 됐습니다.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본다면 북한 선교가 우리의 일방적인 선교행위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원래 「선교」의 의미가 「기쁜소식의 나눔」인 것이기에 북한선교는 북한교회와의 나눔을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동안 북한교회와의 눔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의 마련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이는 우리의 탓만이 아니라 북한 당국이 아직 우리 교회의 특성을 인정하여 받아드리는 자세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북한교회와의 나눔은 눈에 보이는 형식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기도와 희생의 나눔이 크고, 또한 충실하게 쌓여져왔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교회는 북한선교 및 통일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반신자들은 한국 교회의 통일 노력 및 북한선교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인 배려는 미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만약 일반 신자들이 과연 우리 교회가 실제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의문을 갖는 다면 그것은 눈에 보디는 구체적인 성과나 흔적이 없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과정이 마련되어야 하겠지요.
우리 교회는 나름대로 북한선교 또는 통일에의 기여를 위해 합리적인 노력의 과정을 견지해 오고 있습니다만 북한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여러 정세를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눈에 보일만큼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합니다.
문제는 어느 한 순간의 충격적인 사건의 발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한 화해와 일치로 향한 민족사회 전체의 접근이 아니겠습니까.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신자들 모두가 스스로의 무관심을 넘어서서 그와 같은 바람이 구체화될 수 있도록 절실한 기도와 관심을 모아나가는 실천적인 노력부터 쌓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현재 교회 일각에서는 북선위의 주도로 이뤄지는 활동을 「기도」위주의 소극적인 활동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기도 차원 이외에 북한선교 및 통일을 위해 북선 위에서 사고 있는 활동들을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북한선교위원회는 기도운동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기도운동보다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방법의 모색이 신앙적인 차원에서 달리 찾아질 수 있겠습니까.
기도운동이 자리를 잡아야 유형무형의 통일노력과 북한선교 활동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입니다.
물론 북선위에서는 기도 운동과 더불어 구체적인 북한선교활동 즉 북한교회와의 진정한 나눔의 실현을 위해 사목자의 파견가능성 모색등과 같은 직접적인 노력과 북한신자들에게 필요한 성서나 성물 등을 보내는 간접적인 도움 등 여러 차원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활동들이 눈에 보일 만큼의 변화가 있으려면, 우리 신자들 모두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운동의 전개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통일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접촉에 있어 정부의 창구단일화 주장과 자유로운 민간차원의 접촉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 내에서도 그에 못지않게 교회 상층부의 창구 단일화와 신자 및 사제들의 자유로운 활동 주장이 갈등을 빚곤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시는지요? 교회안의 통일논의가 꼭 단일화되어야 하느냐 아니냐의 논란은 그 자체가 서로를 불신하는 관계로 보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교회 안이나 교회 밖이나 어느 경우이든 통일문제에 대한 시각의 차이를 불신으로까지 몰아가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다양한 입장의 차이가 통일문제에 접근하는 풍부한 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만 이러한 공감 속에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질서와 균형이 모색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주교단의 입장에서도 지난번 김현욱 의원의 평양방문과도 같은 형태의 민간차원의 접촉이 도움이 될수 있다고 느끼고 있으나 사제들 차원의 독자적인 행동은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사전에 주교단과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교회 안에서 다양한 관심과 노력이 상호 이해되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북한선교위원회가 바로 이 의사소통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믿고 도와주기 바랍니다.
▲머지않아 중국과 우리나라의 수교가 이뤄지리라고 전망됩니다. 중국과의 수교는 곧 중국교회와의 접촉이 부분적이나마 가능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과연 중국을 통한 북한선교의 길이 열릴 수 있겠는지요? 아울러 침묵의 교회, 특히 북한교회의 현황을 아시는 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 중국과의 수교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대외 접촉의 창구가 그만큼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연변지역 교회외의 만남이 보다 자유로워질 것이므로 북한교회와 접촉할 수 있는 길이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현재 북한의 교회는 조선천주교인 협회와 장충성당 신자들로 드러나 있는 신앙공동체의 모습과 드러나지 않은 신앙공동체의 모습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에 천주교인 신자단체가 양성화 되었지만 북한체제의 속성상 단번에 종교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확산될 수 없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신자들이 손쉽게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본래의 모습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하간 지난 3월말까지 1천2백58명이란 천주교 신자 숫자를 공개한 조선천주교인협회에 대해서도 우리는 사목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평양교구장인 김수환 추기경이나 함흥교구장 서리이기도 한 저의 사목적 방북이 이루어져, 북한교회의 제모습 갖추기가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끝으로 북한선교 및 통일노력과 관련 신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과 앞서의 질문 외에 들려주시고 싶은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모든 일에 순서가 있고,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 있는 것처럼 통일문제에도 순서와 질서가 필요하다는 것, 아울러 기도운동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하고자 합니다.
북한선교의 적극적인 의미를 포도나무의 비유가 나타내는 복음적 정신으로 쉽게 받아들여서 형제적 나눔의 실천으로 신자들의 실생활에 뿌리내려야 할 것입니다. 북한선교는 북한에서 남하한 이산가족들만의 업(業)이 아니라 우리민족 모두의 업이며, 신자들 모두가 참여해야 「복음적 나눔의 업」입니다.
이처럼 모든 신자들이 함께 참여하여 뒷받침할 때 북한선교 활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구체적인 결실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꾸준히 후원해 주신 후원회원들과 봉사자 및 특별강론을 허락해 주신 본당신부님들께 특별한 감사를 드리며, 모든 신자들이 후원에 동참하면서 「나 자신이 북한선교회원, 즉 선교사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져주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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