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방동본당, ‘4차 산업혁명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교회’ 주제 최종 토론회
“기술 발전으로 소외된 이웃, 교회가 돌봐야”
전 연령대 신자 참여해 1년에 걸쳐 소그룹 토론
인간성 회복을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 제시

서울 대방동본당 청년협의회 곽혜민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4월 28일 대방동성당 교육관 1층 요셉홀에서 ‘4차 산업혁명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교회’를 주제로 열린 최종 토론회 중 발언을 하고 있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과 거리가 먼가요? 아니면 가까운가요?”
서울 대방동본당 주임 주수욱 신부는 이렇게 질문하며 “우리가 알고 있듯이 가난한 이들에게 교회의 문턱은 높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과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교회’를 주제로 4월 28일 오후 1시 대방동성당 교육관 1층 요셉홀에서 열린 최종 토론회에서다.
토론회에는 주일학교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 본당 신자들이 참여했으며, 참가자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모색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1년 동안 진행한 토론을 종합하는 자리였다. 본당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같은 주제로 주일학교 학생들과 교사단, 사목평의회, 청년협의회, 노인대학, 빈첸시오, 레지오 등 전 연령대의 신자들이 각각 소그룹으로 토론을 진행해 왔다.
행사는 1부 주제발표와 2부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는 주수욱 신부와 본당 사목평의회 안익장(바오로) 회장,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백승호 교수와 KDI(한국개발연구원) 박정호 연구원이 맡았다. 자유토론에서는 여성총구역회장, 교육분과장, 솔봉이회 대표, 청년협의회장, 초등부 주일학교 교감 등 본당 단체장들이 참여했다.
안익장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본당에서 진행한 토론 내용을 종합한 결과 ▲불평등 ▲가족해체와 고독 ▲일자리 불안(미래 불확실성) ▲인간의 가치상실 등이 현대사회의 문제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이 중에서 ‘가난’과 ‘외로움’은 교회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안 회장은 “우리 본당에서부터 소외된 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연령대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어려운 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왜 4차 산업혁명과 가난한 사람들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주 신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의 효율성 앞에 인간이 무가치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가난한 사람들이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평신도 역할’을 강조했다. 주 신부는 “한국교회는 평신도에 의해 시작되고 발전했으며 유지되고 있다”면서 “항상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인 우리들이 인간성 회복을 위해 이웃과 우리 것을 나누고 희망을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승호 교수는 좀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백 교수는 “우리의 삶이 왜 불평등해졌고, 왜 일자리가 불안정해졌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들 중 사람들이 독점하려는 것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일학교에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는 아이들에게 쿠폰이나 일정 금액을 보상으로 주고, 그것을 모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2부 자유토론 중 세대 간 토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세대 간 소통을 위해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새로운 문화, 즉 응원하고 지지하며 공감해 주는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혜민(소피아) 청년협의회장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대 간 소통에 대한 불편함은 더욱 커진다”면서 “상대적으로 기술을 쉽게 습득하는 청년들이 앞장서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청년들이 본당 소공동체 안에서 재능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