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는 로힝야의 사람들이 있고, 교회가 그들을 위해 함께하고 있음을 기억해주고, 또 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미얀마 접경지역인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휴양지였던 이곳은 현재 90만 명의 난민이 거주하는 세계최대의 난민캠프다. 불교와 이슬람교, 정부와 소수민족의 갈등으로 삶의 터전에서 내쫓긴 이들 로힝야족이 거주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그들 곁에 함께하고 있는 인도 예수회원 제야라즈 벨루스와미 신부(Jeyaraj Veluswamy·58, 이하 제이 신부)를 만났다.
“콕스바자르 내 쿠투팔롱 난민캠프에 거주하는 63만 명의 난민 중 30만 명이 4~16세 어린이와 청소년들입니다. 난민들을 위해 다양한 구호활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교육’이 가장 절실합니다.”
4월 25∼29일 서울에서 열린 예수회 아시아·태평양 지역구 이주민 사도직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제이 신부는 모든 것이 부족한 난민캠프에 가장 부족한 것은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제이 신부는 쿠투팔롱 난민캠프 내에 아동센터 11곳을 운영, 3000여 명의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Child Friendly Space’라는 이름의 이 아동센터는 로힝야 난민 어린이들을 위한 심리상담 및 교육시설이다.
“로힝야 난민 어린이들은 자신의 가족과 이웃들이 피 흘리고 살해당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아이들입니다. 이 어린이들의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2017년까지 인도 예수회 콜카타 관구장을 역임한 제이 신부는 소임을 마친 후 안식년을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쓰고자 결심하고 관구에 허락을 요청했다. 마침 그해 9월 미얀마정부가 대대적으로 로힝야족을 습격하면서 70만 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난민이 되면서 세계적인 이슈가 됐다. 이에 제이 신부가 방글라데시로 파견됐다.
관구장을 역임하면서 방글라데시 지역교회와 관계가 두텁고 뱅갈어도 가능한 제이 신부는 로힝야족을 위한 사목에 적격이었다. 제이 신부는 예수회난민봉사기구(JRS)와 ‘카리타스 방글라데시’의 협력을 통해 난민을 위한 활동에 뛰어들었다.
“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웃음을 찾고, 뛰어 노는 모습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그러나 미래를 잃은 난민들은, 특히 아이들의 부모인 어른들은 무력감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부모들을 돕는 일 역시 저희 역할입니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은 로힝야족이 ‘신부’의 활동을 반길 리 없었다. 처음에는 의심에 눈초리를 사기도 했지만, 온전히 도움의 손길과 사랑을 보이는 제이 신부의 활동에 난민들은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제이 신부도 난민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난민들을 아동센터의 직원으로 고용해 양성했다. 이렇게 신뢰관계가 형성되다보니 오히려 아동센터 설립을 요청받아 처음에 6개 운영하던 센터가 11개로 늘었다.
제이 신부는 “아동센터는 고통을 겪은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할지 막막한 부모에게 어떻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지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방글라데시 방문 시 ‘오늘날 하느님의 현존은 로힝야라는 이름으로 불린다’고 말씀하시고 늘 관심 가져 주셨습니다. 한국은 교황님이 계신 곳보다도 난민캠프와 가깝습니다. 모든 인류가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연대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