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5일 오전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 교구 설정 80주년 기념미사를 교구장 김운회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공동집전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춘천교구가 교구 설정 80주년을 맞아 ‘주님의 빛 속에 함께 걸어갈 것’을 재차 다짐했다. 이번 다짐에는 교구 사제와 수도자·평신도, 어른과 청소년 모두 참여해 다가올 100주년을 준비하는 교구 공동체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교구는 4월 25일 오전 10시 춘천 죽림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 설정 8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교구장 김운회 주교가 주례한 이날 미사에는 교구 사제와 수도자·평신도 등 400여 명이 참례했다.
특히 이번 미사에서 사제와 수도자 90여 명은 평신도들보다 성전 뒷자리에 앉았다.
김 주교는 “우리는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는 교구 설정 80주년 주제에 따라 주님 사랑 안에서 사제와 수도자·평신도가 함께 손을 맞잡고 걸어가자고 약속했는데, 오늘 평소와 달리 사제와 수도자들이 신자들보다 뒷자리에 앉았다”면서 “이 모습을 보고 한 신자는 ‘교구가 신자들을 섬기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주교는 “이렇게 작은 일에서부터 교구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한마음으로 교구가 변화하면 우리는 주님의 빛 속에 살아갈 수 있다. 이제 80주년에 대한 감사, 100주년에 대한 희망 속에서 다함께 손을 맞잡고 걸어가자”고 당부했다.
사제와 수도자들뿐만 아니라, 평신도들은 이날 미사 중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이종명(아우구스티노) 회장의 주도로 ‘교구 설정 80주년 신앙 실천 다짐’ 선서문을 발표했다. 선서문에는 ▲언제 어디서나 십자성호를 그음 ▲낯선 교우에게도 먼저 다가가 반갑게 인사 ▲예비 신자와 냉담 교우를 기도로 봉헌하고 각각 3차례씩 방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이날 교구는 앞으로 교구를 이끌어 갈 주역인 청소년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였다. 스무숲본당 홍은의(미카엘라·초6)양은 “미사가 재미있었으면 좋겠고 어린이를 위한 쉬운 성경책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교리도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놀며 배우고 싶다”고 요청했다. 더불어 “강원도 산불로 많은 분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교구에서 이재민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는 걸 알고 뿌듯했다”면서 “교회가 고통받는 분들을 돕고 위로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야외에서는 80주년 기념 공모전 우수작을 포함해 사진전도 열렸다. 교구가 8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진행한 이번 공모에서 소감글 우수상은 춘천 죽림동주교좌본당 이정녀(클라라)·강릉 임당동본당 권석정(안나)·철원 김화본당 김숙희(엘리사벳), 사진 우수상은 인제본당 정성화(대건 안드레아)·홍천 서석본당 전창남(프란치스코)·포천 솔모루본당 유재준(요사팟)씨가 받았다. 영상 우수상은 춘천 만천본당 비오 어린이합창단과 소양로본당 김순화(소피아)씨, 인제본당 박재용(베네딕토)씨가 받았다.

4월 25일 봉헌된 교구 설정 80주년 미사에서 신자들이 ‘신앙 실천 다짐’ 선서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춘천교구 80주년 미사에 참례한 이정란(미카엘라·춘천 후평동본당)씨는 “교구의 오랜 역사 속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만큼 평신도로서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중(라우렌시오·춘천 효자동본당)씨도 “1957년 죽림동주교좌본당에서 세례를 받고 쭉 신앙생활을 해 왔는데 그 옛날 힘들었던 모습과 지금 이렇게 발전된 모습이 함께 겹치면서 아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1939년 4월 25일 역사가 시작된 춘천교구는 지난해 12월 1일 교구 설정 80주년 개막미사를 거행하고 ‘남들이 바뀌길 바라기에 앞서 나부터 먼저 바뀌자’, ‘서로가 그리스도의 지체임을 알고 사랑으로 하나되자’, ‘이미 받은 은총에 감사하며 신앙의 기쁨을 다른 이들과 나누자’ 등 세 가지 실천 사항을 정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교구민들은 각자 신앙실천 사항을 종합점검하고 있으며, ‘성경통독일기’를 통해 하느님 말씀을 맛들이고 있다.
매월 첫 금요일 단식의 날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나눔하고 있으며, 교구 설정 80주년 관련 주제들로 매달 성시간을 보내면서 교구 신앙 선조들의 삶과 신앙을 되새기고 있다. 교구에서는 80주년 기간 동안 교구 주보인 예수성심상을 축복해 각 본당들을 순회하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