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폴란드 세계청년대회 중 폴란드 크라쿠프 하느님 자비의 성당에서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오른쪽으로 파우스티나 성녀상이 보인다. CNS 자료사진
부활 제2주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다. 이날 전 세계 교회는 하느님의 자비를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각 기도문도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고유기도로 변경해 바친다. 이는 ‘자비의 사도’ 성녀 마리아 파우스티나 코발스카(M. Faustyna Kowalska, 1905~1938) 수녀가 받은 예수님의 메시지에 기인한다.
1905년 8월 25일 폴란드 글로고비에츠(Glogowiec)의 가난한 농부 가정에서 태어난 성녀는 생계를 위해 가정부로 일하다 1925년 8월 1일 자비의 성모 수녀회에 입회해 마리아 파우스티나라는 수도명으로 서약했다.
파우스티나 성녀는 많은 환시와 예언을 받았고, 그녀의 신비체험은 고해사제 권고에 따라 일기 형태로 기록됐다.
오늘날 ‘하느님 자비’ 상본으로 널리 알려진 성화는 파우스티나 성녀가 1931년 2월 22일 체험한 강렬한 환시에 기인한다. 이 환시에서 예수님은 한 손으로 자신의 성심 근처를 움켜쥐고, 다른 손은 강복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예수님 성심에서는 붉은 색과 흰 색의 두 갈래 빛이 나왔다. 예수님은 그녀에게 이러한 자신의 성심에 대한 공경을 전파하라는 임무를 줬다.
이 신심의 이름이 ‘하느님 자비’다. 예수님은 그녀에게 환시를 그림으로 그려서 체험을 기념하고 아울러 이 그림을 보고 공경하는 영혼들을 구원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 예수님이 한 말씀은 성녀가 직접 기록한 일기에 담겨 있으며, 이 일기는 「내 영혼 안에 계신 하느님의 자비 일기」(천주교 사도직회(팔로티회), 2005년)라는 제목으로 우리말로도 번역, 출판됐다.
파우스티나 성녀는 이 일기에서 “내가 가르쳐 준 하느님의 자비를 비는 5단 기도를 끊임없이 바쳐라. 그 기도를 바치는 사람은 누구나 임종할 때에 크나큰 자비를 받을 것”(383쪽)이라고 전하며 ‘하느님 자비의 5단 기도’를 전파하기도 했다.
‘하느님의 자비’ 신심은 성녀의 환시 직후부터 전파되기 시작했고, 사후에도 계속됐다. 폴란드에서 젊은 사제로 이 신심을 실천했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3년 4월 18일 파우스티나 성녀를 시복했고 2000년 4월 30일 시성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성녀를 시성하면서 “지금부터 온 교회가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부르라”고 선포했고 이듬해부터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 지켜지게 됐다.
이처럼 부활 후 첫 주일을 자비의 축일로 지내는 것은 구원의 신비와 하느님 자비의 신비가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 자비의 가장 위대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