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부터 지금까지 약 45년간 만주 연길지방에서 온갖 고초를 감내하며 복음의 씨앗을 뿌려온 중국의 유일한 한국인 수도자 감정옥 수녀(69)가 일시고국의 품에 안겼다.
부산 올레베따노 성베네딕또 수녀회의 전신인 연길 수녀수련소 출신인 감수녀는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5시경 KAL 129기편으로 일본 나가사끼와 김포공항을 거쳐 김해공항에 도착, 마중나온 수련소 서원 동기생 김계옥(베네딕따ㆍ70) 수녀를 비롯 올리베따노 수녀회 원장 김지상(레리치아) 수녀 등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정말 너무나도 반갑습니다. 죽을 때 까지 다시는 고국땅을 밟지 못할줄 알았는데 꿈만 같시우』
수도복 착용이 허용되지 않은 탓에 인민복 비슷한 검은색 코트를 받쳐입고 꽃다발을 든 감 수녀는 짙은 함경도 사투리를 쓰면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끝내 참지 못했다.
연변 명월구에서 태어난 감정옥 수녀는 20세때 연길교구의 백테오도로 신부의 지도로 설립된 연길 수녀수련소에 입회, 1944년 5월 18일 한국인 동료 4명과 함께 서원했다.
그러나 감 수녀의 수도생활은 곧 모진 풍파를 겪으며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지 않을수 없게 돼버렸다.
46년 중국대륙이 공산화되면서 혹독한 종교탄압이 몰아친 것이다. 공산정권은 46년 5월 25일 수녀원의 모
든 재산을 몰수하고 수녀회를 강제 해산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인 수녀 19명과 외국인 수녀 19명 중「큰수녀」인 함정선(스콜라스티까) 수녀와 감 수녀를 제외하고는 모두 본국 및 한국과 북한으로 피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큰 수녀님은 아무리 심한 박해가 가해지더라도 책임자인 한 사람은 남아 교우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었고 나는 제일 막내로서 큰 수녀님을 보필하고자 남았던 것이지요』
숨어서 사목활동을 하다 일시 북한 회령으로 피신한 함 수녀와 감 수녀는 그곳에서도 견디지 못하고 3년만에 다시 용정을 들어갔다.
그러나 회령생활로 인해 북한국적을 취득한 두 수녀는 중국당국의 출국명령을 받고 함수녀는 회령으로 또다시 되돌아 갔고 감 수녀만 숨어다니며 용감히 버티어 나갔다. 함 수녀는 74년경 북한에서 선종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감 수녀는 회고했다.
공장에서, 채소밭에서 온갖 강제노역에 시달리면서도 수도생활을 포기하지 않은 감 수녀에게도 80년대 들어서면서 당국의 부분적인 종교자유 정책으로 어느정도 신앙의 자유가 주어졌다.
감 수녀의 이같은「외톨박이」수도생활은 어쩌면 공동체와의 유대가 큰 힘이 되었을지 모른다. 56년까지 부산의 올리베따노회 본원과 긴밀한 서신연락이 있었고 그후 중단되었다가 85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신을 통해 감 수녀는 자신의 절박한 상황을 호소하고 고국에의 향수를 달랠 수 있었으며 공동체 역시 기도와 성물ㆍ기도서 등을 보내는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감 수녀가 이번에 일시 귀국할 수 있었던 것도 경북 칠곡에 사는 동생 감막달레나씨와의 서신왕래 끝에 이루어진 동생의 초청이 있었기 때문. 이와 함께 작년 9월 중국을 방문한 바 있는 총원장 김지상 수녀의 주선도 큰 역할을 했다.
이젠 고국에서 공동체와 함께 생활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老) 수녀는『감성적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나는 아직도 중국대륙에서 하느님 사업을 위해 해야할 일이 있다』며 결의를 굳혔다. 주님을 위해서라면 온갖 어려움도 마다않고 자신을 봉헌해온 노(老) 수도자의 의연한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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